遺言은 죽음에 임박하여 남기는 말이다. 법적으로 유언은 유언자가 자신의 사망과 동시에 법률효과를 남길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재산에 관한 유언은 재산의 소유가 지정된 누군가로 바뀌기에 법률적 형식이 무척 까다롭다. 따라서 규정된 요건에 약간이라도 위배되면 무효가 되기도 한다. 만일 피상속자가 상속재산을 따로 지정하지 않고 세상을 떠나면 민법상 정해놓은 비율대로 별문제 없이 배분된다. '한정상속'의 경우는 상속받은 재산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는 것이고 빚이 상속재산보다 많은 경우 '상속포기'를 하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상속 관련 법규를 조목조목 따질수록 인간의 가치는 물질화된다. 또한 가족 구성원들 간 인간적인 관계는 사라지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울 때 자신들이 투자한 이상을 건지려 하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모름지기 자식을 낳아 키워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재산뿐 아니라 살과 피라도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럼에도 자식은 정작 부모의 재산을 차지하려 싸우기까지 하는 걸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한 부모도 한때는 자식이던 때가 있었고 그러한 자식도 머지않아 부모가 되는 것이 삶이다.
남기고 갈 게 많으면 오히려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지만 아예 남길 게 없으면 생길 문제도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 부모는 별로 남겨놓은 것도 없이 가셨네"라고 생각을 할지는 모르지만 자식은 이내 제자리로 돌아와 현재의 삶에 충실하게 되리라 보인다. 사실 자식의 입장에서 볼 때 부모의 슬하에서 공부하고 성장하게 된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걸 받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세계적인 거부들을 보면 부모의 유산보다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부를 이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모가 많은 재산을 남기고 갈 경우 자식들은 貪慾에 사로잡혀 재산을 조금이라도 더 손에 넣으려 서로 물고 뜯게 되는 것이다.
애꿎은 재산 때문에 집안이 風飛雹散이 되느니 살아있을 때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고 맛난 걸 먹으며 함께 기쁨을 나누는 건 어떨까? 아끼고 또 아껴 재산을 모아놓는 건 만일의 경우를 위해 필요하긴 하다. 펑펑 쓰기만 하는 걸 좋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의 의미를 음미해 볼 때 가족이 함께 어울려 행복을 누리는 데 쓰는 돈이라면 낭비라기보다는 정승같이 쓰는 돈의 범주에 넣어도 크게 문제는 없으리라 보인다.
부모가 세상을 떠날 때 자식에게 남길 수 있는 건 많다. 그중에서 金銀寶貨보다 값진 거라면 인간이 되게 하는 것이라 보인다. 인간이 되게 한다는 의미는 부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으리라 보인다. 부모가 어렵게 만든 재산을 자식 손에 쥐어주기만 한다면 귀한 재산을 한순간 날리게 할 수도 있지만 부모가 부를 일구며 터득한 철학을 전수한다면 보다 영속적으로 부를 유지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돈 이외에도 남길만한 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식이 유독 부모의 돈에만 눈독을 들이는 세상이 되어가는 걸 보면 자식뿐 아니라 부모에게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