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한 여자 선수가 기자회견을 하며 협회의 문제점을 고발하였다. 국가를 대표해서 올림픽에 나가 최고의 영광을 차지한 선수의 입에서 감사하다는 말 대신 협회의 잘못된 운영을 고발하는 얘기가 나온 건 서글픈 일이며 국가의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협회는 사과는커녕 선수를 힐책하기에 바쁘다. 나와 같이 스포츠 종사자가 아닌 이가 이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게 부적절할지 모르지만 어찌 보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기에 오히려 배심원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기자회견 관련 기사를 접하고 배드민턴 협회만 그런가 하고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관련된 얘기를 종합해 보면 대다수 스포츠 협회가 그러하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화된 축구협회도 학연이란 병폐 속에서 지도자와 측근들 그리고 그 추종자들로 구성된 국가대표팀이지 국가를 대표하는 팀이 아니었고 그래서인지 성적도 형편없었다. 유도협회의 경우도 집행부의 비리를 고발했던 국민 영웅 88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 김재엽을 제명하였다. 협회장이란 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이익 챙기는 일에만 급급하였기에 스포츠 지도자라기보다 조폭 두목과도 같이 군림해 온 것이었다.
요컨대 대한민국의 의식 수준이나 생활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지만 스포츠 행정은 한마디로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김재엽의 말에 의하면 세상은 계속 발전하지만 스포츠의 경우는 한마디로 무식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인간성이 좋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 이유는 스포츠는 요령이 아닌 오로지 땀과 훈련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기에 비록 패배를 한 경우에도 승자를 욕하는 법이 없고 서로 포옹을 하며 축하와 위로를 교환하는 게 복서들의 링이고 유도선수들의 메트이고 육상선수들의 트랙인 것이다.
그렇지만 신성한 스포츠에 권력이란 괴물이 침투하고 패거리들이 무리를 이뤄 선수들이 피땀 흘리며 농사지은 걸 몰수하고는 줄을 세워 배급을 받게 한다. 여기에 불만을 품고 왜 그리 하느냐고 항의하는 이들은 붉은 완장을 차고 각목을 든 이들이 배급마저 받지 못하게 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불만이 있어도 목소리를 죽이고 있어야 부스르기라도 입에 넣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용기를 내어 정의를 부르짖는 이는 왕따 내지 나쁜 사람이 되고 적당히 비겁해야 밥이라도 입에 넣는 더러운 곳이 스포츠 현장이 되었다. 따라서 정의롭지 못한 스포츠 행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잘못된 일처리의 고발과 즉각적인 시정 및 책임추궁이 요구되리라 보인다.
대한민국의 정치판도 한때는 독재자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을 손에 넣고 바른말하는 이들을 마치 불순분자로 몰아 고문하고 구속시키다 보니 적당히 비겁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한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리로 나가 저항을 한 결과로 얻어진 게 민주화이다.
스포츠의 독재 내지 비민주화에도 이러한 전국민적인 저항이 요구되는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협회의 잘못을 문화체육부가 공정하게 감사를 하고 시시비비를 가려 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힘 있는 자들은 뒤에서 거짓말 내지 말 바꾸기나 하고 힘없는 운동선수가 희생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4년간 피땀을 흘리며 죽을 고생을 한 결과 메달을 따고 국위를 선양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지원하기는커녕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들을 협회의 임원들이 착복하며 호강한다면 그런 협회는 없애는 게 낫지 않겠는가? 이러한 지도자들은 망신당하기 전에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운동선수들의 존경을 받게 되길 바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