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나 경제 또한 사회나 교육할 것 없이 법 관련한 내용이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어떤 경우는 법 전공자들도 전문 법률서적을 뒤져야 할 정도의 전문적인 법률용어도 등장한다. 어찌해서 세상이 이렇게 법 중심이 되었는지 또한 법이란 사회적 장치가 인간에게 과연 유익하기만 한 건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은 혼자 살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살며 그 속에는 각종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따라서 만일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인 법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법이란 강제규정은 사회질서를 잡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기에 인간의 안녕을 법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엔 문제가 있다. 법정에서 법조문을 들여대며 서로 핏대를 올리며 판사에게 판결을 맡기기보다 양심과 도덕에 의거해 서로 한 발씩 물러나 아집이나 독선 대신 포용과 아량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정의로운 대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리라 보인다.
법이란 말은 "질서를 유지하고 사회가 유지되도록 하기 위해 정의실현 목적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국가적 규범 또는 관습"으로 정의한다. 법이란 규범 말고도 인간은 누구나 양심이란 게 있기에 자신이 설령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경우에도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따라서 이러한 양심에 의거해 도덕적으로 행동한다면 굳이 법조문을 보며 싸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인간은 때로는 도덕규범대로 살기가 쉽지만은 않다. 상황이 어려워질 경우 특히 그러하다. 가령 배가 고픈데 주머니에 돈이 없거나 가족이 병원에 있는데 도무지 병원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는 멀쩡한 사람이라도 도둑질을 하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이런 경우라면 법 적용도 조금은 관대해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같은 범죄라도 남을 등쳐먹는 걸 당연시하거나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 정당화하는 경우라면 또한 오히려 더 혹독한 벌을 내려야 할 것이다.
법이란 규범은 원래 정의를 실현하는 목적이라면 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건만 실제로 보면 법안을 입안하는 특권층들이 법을 통해 자신들의 부나 권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또한 법이란 규범도 절대적 혹은 통시대적 권위를 부여할 판단기준이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세상이 바뀌면 법의 내용도 따라 바뀌게 되며 각종 사건의 판결 내용을 보면 판사의 주관에 따라 유사한 사건도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법적용 자체도 상대적인 측면이 있다.
변호사나 판검사와 같은 법조인을 포함해 법 관련 전문용어를 구사하는 이들은 일반인들보다 대단해 보이거나 또한 수준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사회정의를 위해 한평생을 바치는 이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법 관련 사회적 지위를 이용한 출세나 재산 증식 등에 더 큰 관심이 있어 보이기도 하며 심지어 법지식을 이용해 법망을 뚫는 데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과거 독재정권의 하수인들 가운데 법조계 출신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하지 않나 싶다.
대학입시 전형에서 이과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하는 곳이 의과대라면 문과에서는 법대와 상대이다. 이렇듯 수재들이 몰리는 법대를 나와 과거 사법고시나 현재 로스쿨을 거친 이들은 법조인이 된다. 그런데 법을 통한 사회정의의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법의 집행이 외부압력 없이 법 원칙대로 제대로 또한 정의롭게 이루어졌다면 대한민국이 현재와는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법이란 사회적 장치를 뒤에서 슬쩍 조정하는 돈이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하게 중심을 잡으며 힘없고 돈 없는 이들도 법 아래서 동등한 대우를 받는 정의로운 세상이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