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가치는 최소 20억은 된다고 하는데 그 근거는 몸에 있는 장기의 가격을 합친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가진 뇌의 가치는 단순한 거래가치만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두뇌는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수조 원 아니라 수천조로까지 가치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유대인 학살의 주범 히틀러나 측근 괴벨스처럼 많은 인간들을 죽음의 길로 몬 자들의 가치를 평가해 본다면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목숨까지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
학창 시절 때에는 시험결과에 따라 반 혹은 전교 석차가 1등에서 꼴찌까지 나뉘는데 그때는 성적이 마치 인간의 가치로 보이기도 한다. 왜냐하면 태어나서 보고 들은 게 공부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하면 의사나 법관 혹은 대학교수처럼 점잖고도 존경받는 일을 하는 반면 공부를 못하면 공사판에서 막노동이나 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공부란 두뇌와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데 두뇌가 좋지 않으면 노력을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잘 되면 내 탓 잘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있지만 "잘 되면 조상 탓"이란 말이 맞다. 두뇌 등 기본 자질은 물려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우등생이 사회에서는 열등생"이라는 말도 있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기에 우등생일수록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바꿔 말하면 우등생일수록 친화력이나 희생정신은 부족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대인관계가 원만치 못해 고립될 수도 있는 게 학교에서의 우등생이다. 반면 혼자 따분하게 공부하는 걸 싫어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이들은 학교 성적은 별로라도 남들과 협력하는 일에는 잘 맞을 수 있는데 포용력과 리더십까지 갖춘다면 명문대 졸업장이나 자격증 혹은 학위가 없더라도 사회에서 성공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에서 우등생이 사회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다면 사회의 우등생은 고액 연봉자를 비롯한 수만 명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기에 그 가치는 비교가 거의 불가할 것이다.
그렇다면 망해가는 나라를 구한 이의 가치는 어떠할까? 이순신의 가치는 나라의 가치만큼 쳐줄 수 있을지 모른다. 또한 삼국통일에 큰 기여를 했던 김유신의 가치라면 백제와 고구려의 가치를 합쳐야 할지 모른다. 또한 한때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도 못하던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린 통치자의 가치도 GDP의 상승분만큼 반영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국민들의 피나는 노력이 함께 반영되어야 한다면 GDP상승분의 절반 정도를 반영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으리라 보인다.
이런 식의 사고는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학교성적이나 연봉 등 우리가 길들여진 단편적인 평가 이면에는 이렇듯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야구에서도 우리가 눈으로 보고 평가하는 건 안타와 타점 그리고 스코어 정도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게 있다면 '진루타'를 들 수 있다. 타율에도 타점에도 들어가지 않지만 점수가 나오는 데 기여한 부분이므로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수비수의 '파인 플레이' 또한 그러하다. 안타를 허용했더라도 좋은 수비로 상대의 득점을 막는 데 기여를 했다면 진루타와 더불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숨어있는 가치까지 인정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껏 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일들도 나름 평가를 받게 될지 모른다. 선진국일수록 차별이 적다고 하는데 그중 하나가 나이 차별이다. 우리만 해도 정년퇴직이란 게 있어 60세 혹은 65세가 되면 직장에서 쫓아내지만 미국만 해도 건강만 허락하면 암만 나이가 많아도 직장에서 내보내지 않는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