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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Dec 13. 2024

돈과 명예 중 어떤 게 더 소중할까?

겉으로 화려한 명예와 '뭐니 해도 머니'라는 속으로 확실한 돈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돈을 택할 이가 많을지 모른다. 돈만 있으면 감투까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명예와 돈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능력이 곧 돈인데 돈과 직결된 능력은 십중팔구 명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명예 따로 돈 따로란 말은 맞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물질의 대명사가 돈이라면 자부심이나 긍지와 같은 정신적인 의미인 명예는 속을 들여다보면 별로 화려하지 않으며 돈처럼 실용적이지 않고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돈이 있으면 갖고 싶은 건 곧장 가질 수 있고 하고 싶은 것도 뭐든 할 수 있는 반면 명예라는 건 돈만큼 원하는 걸 바로 가져다주지도 못한다. 오랜 시간 동안 땀과 인내를 통해 탄생한 명예이기에 지키는 데도 그만큼 정성만 필요하다.


이렇듯 골동품과도 같은 명예는 높은 가치와 깊은 품격이 있는 반면 돈은 시시각각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지만 그 효용에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돈의 필요성은 갈수록 커지며 돈으로 안 되는 일은 별로 없기도 하다. 따라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돈에 대한 집착은 클 수밖에 없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가 되려는 욕망을 가지기 쉽다. 반면 돈으로 인한 궁핍함을 느끼지 않고 자란 이라면 돈 이외의 것들에도 가치를 부여하리라 보인다. 가령 멋이나 주변사람들과의 친교 혹은 남들로부터의 존경을 포함해 궁극적으로는 자기만족과 같은 것들에 관심을 둘 것이다.


운동선수나 연예인의 경우 신인 내지 무명과 스타 간의 대우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있다. 미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의 최저연봉자는 마이너리그 최고 연봉자의 10배는 된다고 한다. 그러니 악착같이 해서 나은 대우를 받고자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다. 헐벗고 굶주린 자가 먹고살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은 비참하지만 남들이 올려다보는 위치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모습도 행복하기보다 갑갑해만 보인다. 좋은 대우를 받는 건 행복하기 위함인데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다면 절반의 행복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니 돈이란 게 대단해 보이지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과 명예 중에서는 어떤 걸 우선해야 하는 걸까?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돈보다는 명예인 듯싶다. 그 이유라면 인간은 정신적이고도 인격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돈냄새만 맡고 달리는 건 먹잇감을 향해 질주하는 동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돈벌이 자체를 놓고 자아실현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고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라"는 말도 있지만 개같이 번 돈은 정승처럼 쓰기도 쉽지 않다. 또한 목숨 걸고 돈을 벌었다고 한들 그 돈은 저 세상에 가져갈 수도 없다. 한때 신문에 자주 등장하던 말 가운데 '천민자본주의'란 말이 있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고 돈으로 인한 해악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의미이다. 개처럼 번 돈이니 아무렇게나 쓰는 이들이 많지 정승처럼 쓰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면 돈을 많이 벌 경우 사회로부터 받은 그 혜택의 일부라도 사회에 환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선진국들에서는 매출의 일부를 꾸준히 기부하는 기업들이 꽤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양극화가 심해져 극빈층이 늘게 되면 기업의 생존도 위협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남도 함께 잘 살아야 한다는 논리이다.


갈수록 돈의 위력이 커지는 세상에서 성공의 잣대가 현재의 연봉이나 재산규모 등 돈 중심이라면 인간의 영혼조차 돈이란 물질적 가치의 포로가 될지 모른다. 예술가나 문인이 돈맛에 빠져 작품활동을 한다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고 한다.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작품은 배고픔이나 부족함속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몸과 마음을 모아 한 가지 일에 인생을 바쳐 남들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해 세상의 찬사와 존경을 받을 경우 돈을 손에 넣을 기회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순수했던 시절 가진 돈과 바꿀 수 없는 열정과 도전정신은 쉽게 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탄생하여 영혼의 숨결이 깃든 명예이기에 돈에는 없는 품격이 자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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