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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07. 2022

내 나이 스물이었을 때

양희은의 곡 '내 나이 마흔 살에는'을 실제 마흔 살 경에 부르곤 하였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도 마흔에 함께 불렀던 것 같다. 지금 나이엔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가 어울릴지 모르겠다. 인간은 나이란 게 있어 10대, 20대엔 봄이나 여름처럼 푸르름이란 게 있고 30대, 40대엔 가을의 단풍이나 낙엽처럼 빛깔이 바뀌게 되며 50대 이후는 마치 나목과도 같이 앙상한 모습이 된다.


아직 마음은 스물이라고 느껴지지만 지나가는 세월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나의 아들이 20대 중반이고 딸이 곧 스물이 되니 말이다. 내가 스물일 때를 떠올리면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가 앞으로 어찌 살지를 고민하였는데 당시 독재타도 데모가 늘 벌어지고 매년 봄이면 4.19, 5.17 행사로 최루탄 가루가 꽃가루였다. 그러다 '미문화원 방화 사태', '장영자 어음사기사건', '미문화원 점거 사태' 등 예사롭지 않은 정치적 사건이 터지며 부도덕한 통치자에 대한 저항이 나날이 커졌다.


지금 이십 대들은 현재 586세대가 겪었던 일들이 맘에 별 와닿지 않을지 모르지만 당시 억압된 사회분위기 하에서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대단하였으며 결국 국민 대다수가 거리로 뛰쳐나가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 내었다.


이십 대는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준비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현실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이상과 현실 속에서 늘 번민하게 된다. 졸업 후 취업, 대학원 진학, 고시, 자격증과 같은 현실적 문제와 함께 자아실현을 통한 정신적 만족 등도 함께 추구해야 하건만 솔직히 막막한 게 사실. 그 와중에 발목을 잡는 것이 군입대 문제.  요컨대 첩첩산중에서 계속 봉우리는 이어지고 배낭을 짊어진 채 두발로 나름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행진하는 것이 20대이다. 목적지에 도착 전까지는 마음 편할 날이 하루도 없다.


그리곤 반려자를 찾거나 만나 싱글 생활을 청산하고 가정도 이뤄야 하는데 그것도 그리 단순하지는 않다. 자신이 괜찮게 생각하는 상대가 있을 경우라도 상대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보장은 없고 둘이 좋아할 경우라도 양가에서 혹은 양가끼리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므로 그 관문도 통과해야 한다. 결국 두 사람 또한 양쪽 집안의 합의하에 가정이 탄생하는데 결혼 전과 후는 또 다를 수 있다. 혼전엔 그 사람과 함께라면 지옥도 함께 갈 수 있을 것 같고, 무슨 일이든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결혼 후엔 돈을 잘 벌어오면 VVIP, 그렇지 않을 경우 "당신 누구야?"이다.


이렇듯 스물을 지나왔고 이젠 쉰 고개도 넘어 예순을 앞두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일흔, 여든, 아흔은 어떠할까? 스물 때보단 삶이 손에 만져지지만 주산만 튕기고 잔머리만 굴린다면 늘 제자리걸음이니  힘이 닿는 대로 뭔가를 추진해 봐야 할 것이다. 무모하지만 않다면 이것저것 재지만 말고 20대처럼은 아닐지라도 힘차게 한번 달려들어 보는 것도 나름은 바람직해 보인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이십 대를 부딪혀서 깨어지기도 하지만 거기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자신의 철학을 세울 수 있는 때라고 말하고 있다. 나의 이십 대도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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