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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Dec 26. 2024

지나간 일들은 현재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10여 년 전 퇴직을 한 후 환갑이 된 지금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면 행복했던 기억들보다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데 과연 그 이유는 뭘까? 우선 나 자신이 남의 눈치를 안 봐도 되는 지금과 달리 그때는 나이나 직위면에서 甲보다 乙에 가까웠기에 그런 건 아니었을까? 먼저 직장생활을 할 때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속에서 지내서 인지 학창 시절처럼 그립다거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회사는 자선단체가 아니고 학교도 아니다 보니 회사의 생존과 발전에 기여한 이들은 특별한 관심을 보이지만 나머지는 찬밥 신세인데 나는 후자에 가까웠던 모양이다.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다 보니 연초나 월초에 세운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과 미달성자를 차별해서 보상을 할 뿐 아니라 달성자들에게는 더 높은 목표를 부여하는 한편 그렇지 못한 이들의 경우 무능력자로 분류해 구조조정 대상에 올린다. 만약 한 번은 잘하고 그다음은 저조할 경우에도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지난번엔 "재수가 좋았다"라는 평가가 내려진다. 그러니 실적으로 평가를 받는 이들은 마음이 편할 때가 없고 심지어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사무실로 향한다. 과거 일요일밤 KBS의 '용의 눈물'이란 인기 사극이 저녁뉴스 후 방영될 때 영업현장에서 일했던 이들은 그 드라마가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갑자기 뒷골이 땡기기 시작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직장에서는 일이나 성과로 인한 압박감으로 불편했다면 그 외에도 살며 속을 쓰리게 하는 불쾌한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그러니 과거의 일도 현재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나간 일을 가지고 인상을 써봤자 바뀔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간혹 떠오르는 과거 일로도 마음의 호수에는 파문이 인다. 그러니 인간은 로봇이나 컴퓨터와 달리 감정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간 일들 가운데 아직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로 누군가와의 껄끄러웠던 관계를 들 수 있다. 부부간에도 마찬가지지만 살다 보면 자기와 잘 맞지 않는 이들이 있다. 성격 혹은 취향이 다른 건 인내와 노력으로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가치관이 다른 경우는 문제가 좀 심각해진다. 일을 한다는 사실 자체에 의미를 두며 과정에 충실한 이와 결과에 올인하는 이늘 간에는 의견충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아무튼 이러한 차이는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는지는 차치하고도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는 인간 자체에 대한 혐오감이 생긴다. 이 경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라면 똑같이 비인격적이 되거나 아니면 인간이 된 이가 인간 같지 않은 이를 교화시켜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도 아닌 나이 먹은 자가 자기밖에 모르거나 독단적이라면 설득하기도 어렵다. 나의 경험으로 볼 때 그런 인간은 상종을 하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불편했던 게 있다면 남과의 비교나 시기심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는 현재 자신보다 나은 이들만 있는 것 같지만 좀 더 크게 눈을 뜨고 보면 자기보다 못한 이들이 더 많다. 그러니 '자기 비화'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시기심이란 현재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로남불'과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과 관련이 있다. 이는 인간세상에서 가장 유치하고 저열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적일지언정 남이 잘한 건 칭찬도 해줄 수 있어야 자신도 남에 의해 칭찬을 받을 수 있는 게 인간세상의 이치이다.


지나간 일들은 현재 과연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직장에서의 압박감'과 '인간관계에서의 껄끄러움' 그리고 '남과의 비교나 시기심' 등과 같은 것들은 대개 과거 빡빡했던 생활과 관련이 없지 않다. 월급쟁이가 아닌 성공한 사업가라면 어땠을까? 그랬더라면 좀 더 심한 압박감과 함께 보다 큰 성취감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만사 거기가 거기"라고 한다. 일을 내려놓은 지금 한 가지 좋은 건 남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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