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양과 구름이 만드는 각기 다른 빛깔의 조명을 받으며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삐에로일지 모른다. 구름과 태양의 조합은 인간의 사고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봄이 되어 화창해지면 나들이도 하며 기분이 좋아지지만 계절이 바뀌어 햇빛이 희미해지고 찬 바람이 불면 고독과 우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늘이 온통 구름으로 가려지면 찬란한 태양의 존재도 유명무실해진다. 게다가 먹구름이 몰려와 비나 눈이 쏟아지면 대낮에도 밤처럼 깜깜해져 버린다. 늘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섬나라 영국과 달리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반도국가 이탈리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축구를 좋아한다. 눈부신 태양아래 경기장을 가득 매운 관중들의 함성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35년 전 유럽 배낭여행 때 이탈리아의 '물의 도시' 베니스를 간 적이 있다. 삼각주 위에 건설된 도시이다 보니 버스대신 큰 배가 사람들을 태워 이동했는데 '마르크광장'이란 곳에 내리니 선반 위의 커다란 연어들이 물에 반사된 햇빛을 몸으로 발산하며 놓여있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경기장에서 열광하는 이탈리아인들의 생동감은 생선을 파는 시장에서도 재현되는 듯했다. 이와 달리 프랑스나 스위스의 산악지역에는 대낮에도 태양이 온통 구름에 덮여 사방이 깜깜하기만 하였다.
태양과 구름의 관계는 또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찬란한 태양이 '진실'을 상징한다면 그 주변에는 늘 이를 시샘하고 야유하는 구름이 몰려온다. 성서에도 기적을 일으키고 진리를 전파하는 태양과 같은 예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자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까 두려워 예수를 모함하는 이들이 나온다. 결국 이들의 음모로 예수는 십자가에서 피를 흘리며 처형되지만 진실의 태양은 수천 년이 지나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세상을 비추고 있다.
태양은 세상을 밝힐 뿐 아니라 만물에 '생명력'도 제공한다. 하지만 시대의 태양인 의인 주변에는 간신배들도 많다. 조선시대 이순신과 허준의 주변에는 이들의 의로움과 총명함을 시기하는 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추한 모습을 연출한다. 결국 의인들은 굳건한 의지와 지혜로움으로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고 또한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생명을 되찾게 해 주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하늘은 구름만 잔뜩 낀 흐린 모습이다. 자신의 이익은 아랑곳 않고 잘못된 걸 지적하고 옳은 말을 하는 이들을 보기는 갈수록 어렵고 자기 이익만 내세우는 이들로 가득 차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 과거 노부모를 모시며 한집에 세입자까지 함께 살던 시절에는 비록 다들 좁은 공간에서 여유 없는 생활을 했지만 그래도 고령자들은 공경의 대상이었으며 손자들의 인성교육까지 담당하는 스승이었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되며 명절 등 특별한 일 외에는 손자들은 차체하고 자식들조차 노부모를 만날 일이 없게 되다 보니 특히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애들이 인간의 도리와 예의를 배우기보다 컴퓨터 오락에 빠지기 쉽게 되었다. 또한 가난이 사라지고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오히려 물질적 향락과 이기주의가 팽배해지며 인간과 정신적인 가치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요컨대 구름 없는 화창한 세상이란 어떤 것일까? 우선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생동감이 넘칠 뿐 아니라 진실하고 의로운 사람들이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세상일 것이다. 이러한 화창한 세상이 되려면 자기의 이익만 내세우고 이를 합리화하는 구름이 사라져야 할 것이다. 또한 물질적인 만족과 쾌락이 아닌 정신적인 가치를 존중하며 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