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아름다움도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손질되고 변형된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라면 누구나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겉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 못지않은 게 진실한 마음이다. 만일 일주일만 함께 지낸다고 한다면 몸매와 얼굴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른다. 나의 삶에서도 과거 결혼 전 겉으로 그럴듯해 보여 삶의 동반자로까지 생각했건만 나의 형편이 어려워지자 거짓말까지 하며 진실의 창을 검은 커튼으로 가리던 누군가와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마음 한편에 자리한다.
인간은 누구나 외모에 관심을 가진다. 그 이유는 행색이 초라해 보이면 우선 자존감이 떨어지고 남들에게 무시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특히 영업부서에서 일하는 이들은 늘 외부인을 만나야 하기에 옷차림에 신경을 쓴다. 태어날 때부터 미남, 미녀 소리를 듣는 이들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옷이나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좀 더 쓴다. 비록 살림에 여유는 없더라도 자녀나 남편에게 비싼 옷을 입게 하는 여자들이 간혹 있다. 가뜩이나 못 살아 기가 죽는데 밖에 나가서까지 위축되면 안 되겠기에 그런 것이다. 얼핏 보면 정신 나간 짓 같지만 나름 일리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외모란 게 이렇듯 중요하다 보니 특히 여성들은 화장에다 성형까지 하는데 최근 TV 출연하는 남성들 가운데에는 눈썹 화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현재 대한민국 여성의 아름다움은 서구적인 기준을 따른다. 동양 나름의 전통적인 아름다움도 서구적인 것보다 결코 못한 건 아니기에 굳이 서구적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남자의 경우 동양은 머리나 수염을 자르지 않고 길게 키웠고 서양은 남자도 여자처럼 긴 드레스를 입었던 걸 보면 얄궂다는 생각도 든다. 이에 한술 더 떠서 로마시대 병사들은 활동하기 편한 미니스커트를 전투복으로 입었다니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외모를 얘기할 때 이목구비는 기본이지만 의상과 명품백을 포함해 승용차와 주택까지 그 연장선에 있는 건 아닌지 모른다. 다시 말해서 암만 얼굴이 예쁘고 몸매가 좋다고 해도 고급 의상을 입고 명품백에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며 고급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아름답다는 말을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잣대라면 아름다움이란 것도 돈 주고 사는 것일 것이다. 속은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겉만 번지르하게 치장한다면 이를 보고도 과연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아름다움의 기준을 좀 다르게 가져가는 건 어떨까? 영화나 TV드라마 주인공들의 의상과 헤어스타일은 일반인들에게 꽤 큰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의상 협찬까지 받기에 고가의 옷을 홍보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외모가 훌륭하다면 고가의 옷을 입지 않아도 될 것이다.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멋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겉치레를 하지 않고 연기로 내면적인 멋과 매력을 마음껏 보여주는 게 맞을 것이다. 겉치레 없이 연기 자체로 보는 이들을 매료시키는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보기는 왜 그리 어려운 것일까?
음식의 경우에도 싱싱한 고기나 생선은 양념을 하지 않는 게 맞는다고 한다. 맛을 아는 이라면 좋은 고기는 양념 없이 먹고 생선도 매운탕에 고춧가루나 양념을 넣지 않고 지리로 먹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누구나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을 가지기에 남의 흉내를 내기보다 자신만의 멋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때 더욱 훌륭한 것이다. 돈이 있어야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인가? 아름다움이나 멋까지 돈으로 얻으려 한다면 인간이 사는 세상이 아니라 돈이 주인인 세상인 것이다. 한때 대학가에서는 군에서 입는 야전 상위를 검게 물들여 입는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젊음이란 건 그 자체가 멋이요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별다른 치장이 필요 없다. 그러한 걸 돈으로 환산할 수는 있을까? 젊음의 패기로 미래에 크게 성공한다면 자동차와 비행기뿐 아니라 우주선까지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