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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국가가 있다면?

by 최봉기

등산을 할 때는 현재 서있는 위치에서 앞과 뒤를 동시에 볼 수 있지만 삶에서는 뒤는 몰라도 앞은 볼 수 없다. 다만 지금껏 살며 경험한 대로 과거와 현재 선상에서 가까운 몇 년을 전망해 보는 것 정도만 가능할지 모른다. 현재는 과거의 연장선이지만 과거가 좋았다고 현재나 미래가 반드시 희망적인 건 아니고 과거가 좋지 못했다고 현재나 미래마저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해서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할 필요는 있지만 과거로 인해 미래의 희망까지 접는 건 잘못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별로 기억하기 싫은 과거도 있고 남들 앞에서 떠벌이고 싶은 과거도 있다. 둘 다 큰 의미는 없다. 과거는 일단 지나가 버린 것이기에 아름다운 추억은 될지언정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현재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한때는 손꼽을 정도로 부강했던 나라가 남미의 '아르헨티나'이다. 지금은 반도체기술로 국가경쟁력을 판단하지만 100년 전에는 지하철 개통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했다고 한다. 국가별로는 영국이 1863년, 미국이 1868년 처음 지하철을 개통했고 일본이 1927년이었던 반면 아르헨티나는 일본보다 14년이나 빨랐다고 한다. 당시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 돈벌이하러 가는 나라가 아르헨티나였기에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동화는 이탈리아의 '마르코'란 어린애가 돈 벌러 간 엄마를 찾아가는 스토리이다. 하지만 현재 아르헨티나에 가서 살려는 이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그 나라는 정치불안과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킬링필드'로 알려진 나라 캄보디아는 현재 우리가 여행 이외에는 별 관심을 가지지 않지만 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앙코르왕조 때에는 앙코르와트와 같은 웅장한 사원을 가지며 몇 백 년간 강대국으로 주변국가들이 우러러도 보고 두려워도 하는 강대국이었다. 그 후 국력이 쇠잔해지며 19C후반~20C중반까지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다 1953년 독립을 쟁취했지만 국내외의 정치적 혼란으로 내전이 이어졌고 급기야 크메르 루즈의 잔혹한 통치하에 1975~79년 수백만 명이 학살되며 폐허가 되었다. 그 후 재건의 길을 모색하며 40여 년이 지난 현재 캄보디아의 생활 수준은 대한민국의 1980년대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 아르헨티나와 캄보디아에 사는 이들은 과거 자신들이 부강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될 때 스스로 의구심을 가질지 모른다. 동시에 어쩌다 이런 나락에 떨어졌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옛말에 "부자가 삼대 못 가고 거지가 삼대 못 간다"라는 말이 있다. 사정이 좋을 때 마냥 그 상태가 지속될 걸로 자만하다 보면 "아! 옛날이여"가 되는 것이다. 또한 어려워질 때 어떻게든 가난을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 사정은 나아진다.


이 두 나라의 예는 현재 대한민국에게 무척 소중한 교훈이 되리라 보인다. 아니 이를 반면교사 삼지 못한다면 우리도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과거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어 원조를 받다 현재 원조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과거 아르헨티나처럼 여기저기서 돈벌이를 하러 몰려드는 이 나라가 자칫하면 세상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 정도로 발전한 것은 과거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으며 폐허가 되었지만 이를 악물고 주말도 없이 일하면서 남다른 교육열로 미래를 견인할 인재를 육성했기 때문이다. 또한 갖은 어려움에도 쉽게 굴복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 달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한민국의 모습은 자칫하면 머지않아 몰락의 길로 가게 될 것만 같다. 무시무시한 국제 경쟁 속에서 힘을 하나로 모아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건만 사회지도층인 정치인들은 사분오열에 소모적 논쟁만 일삼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뛰는 이는 보이지 않고 당리당략에 목숨을 거는 자들이 이 땅의 정치인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싸우다 나라까지 빼앗겼건만 그런 걸 두려워라도 하는 지도자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배가 가라앉기 전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배는 물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서로에게 책임만 전가하다 모두 공멸할 일이라도 없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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