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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칠맛 나는 삶이란 어떤 걸까?

by 최봉기

산에서 "야호!"하고 외친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울리듯 아무도 없는 실내 공간에서 말을 하면 소리가 진동하기만 한다. 그 이유는 소리가 흡수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상대방 마음속에 쏙쏙 스며들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의 관심을 끌거나 궁금증이라도 유발하는 뭔가가 필요하다. '학력'이나 '경력' 등과 같이 공식적인 것들은 재미도 없고 사무적이기만 한 것들이지만 이면에 감춰진 독특한 취향과 같은 것들은 감성을 자극하며 흥미를 갖게 한다.


이러한 것들은 잔치상에 올라와 있는 이색적인 음식과도 같을지 모른다. 여러 음식 중에서 평소에 맛보지 못한 음식이 식탁 위에 있을 경우 맛을 슬쩍 보고서 나름 독특한 맛이라면 호기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나는 그러한 경험을 실제로 한번 해본 적이 있다. 부모님을 따라 어릴 때 서울에 사는 친척 결혼식에 가서 처음 먹어본 맵싹 하면서도 감칠맛 났던 음식이 있었다. 그 음식은 그 후 맛볼 일이 없었기에 머릿속에서 머물기만 하던 차에 한참 시간이 지나 누군가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그 음식을 다시 대하게 되었다. 어릴 적 내가 살던 부산과 달리 호남 사람들의 잔칫상에 빠지지 않던 그 음식은 다름 아닌 '홍어무침'이었다.


이런 이색적인 일은 살며 한 번씩 경험하는 것이지만 정치인 중에서도 이와 유사한 스타일이 있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정치인들은 학벌이나 인물이 좋거나 부잣집 자식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서 일반인들에게 주목을 받게 된 이들도 있다. 집안형편 때문에 남들 가는 대학의 문턱도 가보지 못한 채 고졸의 학력으로 대통령이 된 이들이 있다.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사법고시를 합격했던 한 정치인은 과거 판사시절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는 무척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굶어보지 않은 이었더라면 배가 고파 먹을 걸 훔친 이에게도 법전에 나오는 '절도'라는 죄명을 똑같이 적용했을지 모른다. 이러한 그만의 독특한 모습은 잔칫상에 올려진 여느 음식과 차별되는 이색적인 메뉴와 같이 다가온다.


한 인간의 공식적인 신상정보라면 '외모', '집안배경'과 '학력' 그리고 '자격증'이나 '외국어 구사능력'과 같은 게 있고 비공식적인 것들로 '노래나 술 혹은 춤 실력' 아니면 '골프나 당구 실력'이나 '화술' 혹은 '친화력' 등과 같은 것들이 거론되기도 한다. 취업이나 결혼과 같은 공식적인 일에는 전자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사회생활에서는 상황별로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특기나 재주도 매우 유용할 수 있다.


통칭 '일등신랑감'이란 말은 명문대를 나와 전문직종에 종사하거나 좋은 직장에 다니는 유능한 미혼 남성을 지칭한다. 거기에 집안의 배경과 외모까지 훌륭하다면 최고의 결혼조건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더라도 사는 재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없다면 그런 조건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훌륭한 조건이란 건 빛깔 좋은 잔치상일지 모른다. 남들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신이 진정 만족을 느낄 수 없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할 것이다. 따라서 맵싹함과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삭힌 홍어'와 같은 삶의 맛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 만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들은 집이나 자동차 혹은 재산과 같은 추상적이지 않은 손에 잡히는 것들을 무엇보다 선호한다. 또한 자신의 행복여부까지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가늠하려 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콩나무 시루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봐서 나온 석차에 따라 늘 일희일비하다 보니 자신의 행복을 판단하는 기준조차 고착화되어 버렸는지 모른다. 그러한 획일적인 사고 속에서 산다면 일반적인 음식과 차별되는 삭힌 홍어의 맛을 느끼며 자신만의 행복을 음미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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