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에 속물이란 말은 "교양이 없으며 식견이 좁고 세속적 이익이나 명예에만 마음이 급급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내가 60여 년을 살면서 경험했던 이들 중에는 이와 유사한 부류들이 더러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보다 오히려 가방끈이 긴 이들 가운데 속물이 더 많다는 사실이다. 본래 교육은 인간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건만 세상이 전문화되어 가기에 가만히 보면 교육은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돈이나 명예를 차지하는 수단이 되어버린 듯싶다. 다시 말해 교육 따로 인간성 따로인 세상이다
그렇다면 속물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 이들일까? 첫째, '속과 겉이 다른' 인간들이다. 눈앞에 있는 이들에게 기분 좋은 말을 늘어놓으며 자기 잇속을 차리고는 돌아서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의 험담을 토해내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늘상 하기에 얼굴은 고무처럼 유연하며 일류 연기자 이상의 연기력을 보유한다. 자기가 볼 때 별로라 생각되는 사람들 앞에서는 거만하기 이를 데 없고 자기보다 강하거나 혹은 자기가 도움을 청할 정도인 사람 앞에서는 깍듯하다.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며 자신에게 도움을 준 이들이라도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쉽게 등을 돌린다.
둘째, 이들은 '자기 합리화'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 이들은 누군가가 인간성이나 도덕에 관한 말을 꺼내면 속으로 뜨끔해진다. 그럴 때에는 임기응변으로 자기 방어에 나선다. "달나라에 우주선을 타고 가는 세상인데 고리타분한 얘기나 해서 뭐 하나요? 개같이 돈을 벌어 정승같이 써야 지오"라고 화제를 바꿔버리거나 "나도 왕년에 의리 하나로 살던 놈인데 결국 이용만 당하는 게 세상이더라"는 식의 말도 한다. 또한 정치인의 경우 돈이 많은 이들은 돈으로 자신의 지지자들을 사기까지 한다.
셋째, 이들은 철저한 현실주의자들이다. 인간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지만 그러한 현실의 한계 내지 맹점도 알기에 간혹 알면서도 손해 보는 일까지 기꺼이 한다. 하지만 속물들은 현실의 울타리 밖에 있는 일은 안중에 없다. 이는 삶의 목표가 출세에 맞춰지기 때문일 것이다.
넷째, 거짓말을 일상화한다. 하는 말이 그때그때마다 달라진다. 자신이 불리해지면 있지도 않은 사실까지 가미해 소설을 쓰며 증거가 없으면 자신이 실제 했던 일도 완강히 부인해 버린다. 그러면서도 양심의 가책이라곤 없다. 그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면 과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조선의 역사에 있어서도 '한명회'나 '임사홍'과 같은 수많은 간신배들과 함께 을사오적과 같은 매국노도 있다. 또한 살기 위해서가 아닌 출세를 위해 일본에 적극 협조한 친일파나 독립운동하던 이를 밀고하던 밀정까지 있다. 하지만 현재에도 약간 얼굴을 바꾼 새로운 속물은 증가하는지 모른다. 돈이 있으면 다른 건 묻혀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속물들은 종교에도 침투해 성전까지 오염시킨다. 신도뿐 아니라 심지어 성직자라는 이들조차 속물이란 소리를 듣는다. 이들은 '삶의 정화'라는 신앙의 본래 목적보다 신도수의 증가를 통한 '부의 증대' 내지 '교세 확장'과 같은 세속적 목적을 추구한다. 또한 신도들은 물론 비신앙인을 상대로도 자녀교육이나 가정의 불화와 같은 현실적인 불안으로 허덕이는 이들에게 '기복신앙'을 통해 접근한다. 신도들은 눈을 감고 하느님께 자신의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지만 현재 밥을 굶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이웃들을 위한 일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속물들은 동물적 감각을 통해 자기와 유사한 이들을 바로 알아보며 이들 간에는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지지만 이해관계의 충돌이 발생하면 이들 간에는 전쟁도 발생한다. 1982년 군장성을 지낸 이들 간에 투서를 통해 발생한 '스타워즈'란 사건이 그러하다.
세상에는 이렇듯 의인은 잘 보이지 않고 속물만 많은 걸까? 다들 너무 욕심을 부려서 그런 건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