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요지경'이란 노래에서는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진실한 사람은 뒤통수를 얻어맞고 적당히 뻥도 치고 자기에게 불리한 건 속이기까지 해야 성공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진실이 실종된 세상에서의 성공이 제대로 된 성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속임수와 관련한 조크가 있다. 아들이 부친과 함께 대중목욕탕에 가서 탕 안에 있는 부친에게 물이 뜨거운지 묻자 괜찮다고 대답하길래 탕에 불쑥 들어갔는데 물이 생각보다 뜨겁자 혼잣말로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네"라고 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먹고사는 일은 만만치 않기에 땀을 흘려야 원하는 결과를 갖게 된다고 한다. 힘도 안 들이고 쉽게 되는 일이라면 그런 일은 별 가치가 없거나 속임수일 가능성도 있다. 직업이 없어 괴로워하는 이에게 누군가가 몇 달간 학원에 수강해 자격증시험을 준비해 합격하면 월 500만 원 정도의 수입이 보장된다고 한다면 솔깃하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면 몇 달이 아닌 몇 년은 몰두해서 공부해도 될까 말까 한 경우도 있다. 또한 누구나 쉽게 따는 자격증이라면 500만 원이 아닌 50만 원짜리 자격증일 것이다.
이런 사탕발림한 속임수나 사기행각은 마치 도심 구석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을 연상시킨다. TV뉴스를 통해 접하는 시시각각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사기사건은 어찌 보면 인간쓰레기들이 자행하는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인류의 역사란 인간을 속이는 것들과의 전쟁일지도 모른다. 문서로 된 약속도 문구가 모호할 경우 오해나 해석상 문제를 가져오는데 말로 하는 약속은 녹취되지 않는 한 뒤에 가서 딴 말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뒷간에 갈 때의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른 것처럼 인간은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말을 바꿀 가능성이 증가한다.
사업이나 거래가 아닌 남녀 간 교제에 있어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순수하고 상록수처럼 변함없다면 평생 동반자도 되지만 인간을 상대로 '혼인을 빙자한 간음(혼빙간)'죄와 같은 사기극도 있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인수 사건'은 1954~56년 해군 대위계급을 사칭한 자가 여대생을 포함한 70여 명의 여자를 간음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다. 법정에서 검사는 '혼빙간'죄라고 주장했으나 박인수는 자신은 결혼을 약속한 일이 없고 여성들이 스스로 몸을 제공했다고 했다. 게다가 한 명의 미용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처녀가 아니었다는 피의자 진술은 충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세상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결국 1심 법정은 혼빙간죄는 무죄로, 공무원 사칭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하여 벌금형에 처했지만 2, 3심에서는 유죄가 선고되며 1년형이 확정되었다.
세상에서 말 바꾸기로 전매특허를 가진 이들이 바로 정치인이다. 고인이 된 한 정치인은 대선유세 때 "다음엔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라고 해놓고 날치기로 개헌을 통과시킨 후 영구집권을 꾀하기도 했고 또 다른 정치인은 대선에서 패한 후 정치를 하지 않겠다더니 금세 말을 바꿔 다시 출마하기도 했다. 이렇듯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게 정치판이고 이제는 국민들도 이를 알기에 정치인들의 말 자체를 신뢰하지 않지만 말을 교묘하게 바꾸기보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시인하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이라면 국민들로부터 보다 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군에 입대한 한 남자에게 면회를 오는 여자가 있었고 서로는 편지로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남자가 복무기간을 다 채우기 전 의가사제대를 하게 된다. 남자는 여자를 더 기쁘게 하려고 그 사실을 알리지 않자 그 이후부터 여자로부터의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면 여자에게 찾아가 여자가 모르는 사실을 알리고는 자기에게 돌아와 달라고 애원하는 게 과연 바람직할까? 그런 여자는 인생의 반려자로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된다면 만나지 않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만일 가진 돈이 없는 남자가 한 여자와 교제를 하다 우연히 로또에 당첨될 경우 그 사실을 여자에게 알리는 게 나을까? 이 경우에도 어사가 된 이몽룡이 감옥에서 고생하던 성춘향을 속이듯이 한번 속임수를 써보는 건 어떨까? 로또보다 더 값진 게 바로 한 인간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