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돈이면 뭐든 되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른다. 학식이나 교양이 없어도 돈이 있으면 어지간한 건 덮여버리니 말이다. 고인이 된 재벌 총수 한 사람은 돈이 많아 결혼도 여러 번 하고 여러 유명 연예인과 애정행각도 벌이더니 급기야 자식 나이인 미모의 아나운서에게 새장가를 가서 세상을 놀라게 하고는 싫증이 났는지 이혼까지 하였다. 이러니 누가 돈을 싫어하겠는가? 돈의 위세가 이렇듯 대단하니 소유한 돈의 규모에 따라 행복도 마치 결정되는 것만 같아진다. 돈이란 건 행복에 분명히 어느 정도는 기여하지만 돈으로 행복까지 마구 손에 넣을 만큼 단순하지만은 않은 게 인간의 삶인 것이다.
돈이 있다고 무한정 행복할 수는 없듯이 돈이 없다고 불행해지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돈이 많지 않으면 갑갑해질 때도 있지만 자기 형편에 맞춰서 산다면 돈으로 인해 불행해질 이유는 없으리라 보인다. 자기보다 가진 게 많은 이들과 비교해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감 내지 상대적 박탈감이 오히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 걸로 보인다. 주변을 보면 자신이 가진 걸 남들에게 과시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있다. 돈 좀 있다고 마치 세상이 자기 것인 양 어깨에 힘을 준다. 자기보다 돈이 많은 이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다가도 만만한 이들 앞에서는 고개를 뻣뻣하게 쳐들기만 한다.
돈은 인간에게 많은 유익함을 주는 건 사실이다. 돈으로 좋은 교육을 받을 수도 있고 땡볕에서 땀을 흘리지 않고 쾌적한 환경에서 지내거나 여행도 하며 삶을 즐길 수도 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필요한 정도 이상의 돈에는 해악도 있다. 없는 이의 눈으로 볼 때 달콤하고 향기롭고 아름다워만 보이는 돈은 겉치장을 걷어내면 씁쓸한 맛과 썩은 냄새에 추한 속살을 드러낸다. 돈맛에 빠질 경우 인간의 정신적인 가치라는 공간을 돈이란 점령군이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돈이라도 좀 있어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그만큼 모두 돈에 안달이 나있다. 만일 로또 당첨 혹은 비트코인 투자 등으로 갑자기 수백억이 주머니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될까? 주변에는 인간이 좋아서가 아닌 가진 돈으로 뭘 엮어보려는 사람들로 줄을 이을 것이다. 또한 과거에 몇 푼 아껴 저축이라도 하고 살며 느끼던 아기자기한 삶의 기쁨은 어디론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돈을 손에 넣기 전 어떨 때는 악착같이 또한 소박한 자세로 살던 이가 돈을 벌고 나서는 돈이 주는 짜릿함과 육체적 쾌락에 빠져 좋지 못한 종말을 맞이한 이야기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70년대 때 어떤 중소기업 사장은 은행이나 개인으로부터 이자를 지불하고 돈을 조달해 부동산을 사모았다. 땅값이나 집값이 매년 껑충 뛰다 보니 수십억의 부자가 되어 그 돈을 은행에 예금해서 나오는 이자만으로 년 수억에, 월 수천이다 보니 돈맛에 빠져 본처 외에 수십 명의 여자들에게 생활비를 주며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뿌린 만큼 거둔다"는 말대로 그가 돈으로 만든 왕국의 성벽에는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돈 힘으로 흥한 자는 돈 힘으로 망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돈이야 흘러넘쳤지만 처와 자식들이 그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그런 식으로 쓸쓸한 노년을 보내다 숨을 거둔 그 부자의 빈소에 누가 가서 애도를 표했을지 궁금해지기만 한다.
이렇듯 돈만 있으면 다 될 것 같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도 많다. "똑같은 물도 꿀벌이 먹으면 꿀이 되지만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똑같은 돈이 행복도 가져다주지만 한편으로는 불행의 씨앗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진 돈이 많지 않다고 과연 불행해지는 것인가? 돈이 많다고 꼭 행복해지는 건 아니듯 돈이 없다고 불행해지는 건 아닐 것이다. 기본 생활을 해결할 정도만 되면 많은 돈이 없더라도 근검절약을 통해 아기자기한 재미도 느낄 수 있고 돈으로 접근할 수 없는 감춰진 삶의 기쁨 또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