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표현하는 말 가운데 '苦海'라는 말이 있다. 불교에서 나온 말로 중생이 갖가지 고통을 참고 견뎌야 하는 사바세계를 말한다. 기독교에서도 현세를 고통과 괴로움이 있는 세상이라고 하며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을 죄악에서 구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써 인간은 구원, 즉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현세는 '부귀영화'나 '주지육림'이라도 무한정 만족스럽기는 어렵다. 한계효용은 체감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질병을 포함해 시기와 모함 그리고 갈등에다 형제간 부모재산을 놓고 다툼까지 벌어지는 세상이다.
생활여건이 좋아짐에 따라 인간의 수명도 늘어나 여든이 되어도 다들 정정한 반면 예순 갓 넘기고 세상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근래에 60대 초반인 지인 몇몇이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은 생활고를 겪은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최근 한 지인의 사망소식은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 몇 년 전 그의 배우자가 암투병중일 때 주야간 가리지 않고 경비일을 하며 치료비 마련에 나섰지만 결국 사별을 하게 되었다. 그 후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힘들게 살던 중 그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에게 내색하지 않고 일만 하다 급기야 생긴 위암이 전이되어 척추 통증이 오자 일을 그만두었고 며칠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렇다면 남보다 오래 살면 삶에 성공하게 되는 건가? 과거 수명이 짧던 시절 장수는 복이었다. 그때는 자녀를 여럿씩 낳아 길렀기에 육아의 어려움은 있었지만 노후준비란 건 하지 않아도 자녀에게 의지해서 살 수 있었기에 노인들이 살기는 지금보다 나았다. 하지만 지금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노인들은 비참한 생활을 한다. 그렇다면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는 건가? 결혼을 해서 자녀를 교육시키고 대출을 받아 집을 구해 오랜 기간 빚을 갚다 보면 고소득자가 아니거나 부모로부터 받는 유산이라도 없이는 노후준비도 만만치 않다. 대개는 자녀를 독립시키고 은퇴할 때가 되면 남는 건 집 하나 딸랑인데 그때 노후자금을 확보하려면 현재 사는 집을 팔고 싼 집을 구해서 이사 가는 길 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정도도 안 되는 이들도 많다. 노후준비가 안 된 경우 예순 넘어서까지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노동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사는 재미라고는 없이 생존을 위해 발부둥치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된 현재에도 여행이나 다니며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이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은퇴 후 물질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근검절약과 건강관리에 힘써야 한다. 근검절약의 다른 말은 '구두쇠와 같은 생활'이다. 돈 없는 사람이 "왕년에 나도"라며 호탕한 척하는 것만큼 낯 간지러운 일은 없다. 가수 나훈아가 콘서트에서 했던 말이 있다. "시장에서 콩나물 가격 몇백 원 깎으려 싸우는 것 그게 바로 사는 재미 아닙니까?"이다. 여유롭진 않지만 악착같이 사는 모습은 보기에도 나쁘지만은 않다.
돈만큼 소중한 게 바로 건강관리이다. 돈이 많은 이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대책이 없지만 그리되면 여유롭지 못한 이들은 치료비로 재산을 탕진할 뿐 아니라 가족까지 굶게 된다. 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무서운 게 가장이 드러눕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을 챙겨야 하는가? 부유한 이들은 고급헬스장에서도 체력단련을 하지만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바쁘지 않을 때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기만 해도 운동이 될 뿐 아니라 교통비 몇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 또한 방에서 맨손체조나 푸시업 그리고 앉아일어나기라도 꾸준히 하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100세까지 장수한 이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헬스장에서 특별히 체력단련을 했던 이는 전체의 10%에 불과했다고 한다. 나머지는 청소나 장보기 및 음식 만들기 등을 통해 계속 몸을 사용한 걸로 나온다.
근검절약이나 건강관리와 함께 꼭 필요한 게 마음가짐이다. 인간은 돈이 많든 적든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다. 남들에게 손 까락 질 받지 않고 악착같이 일하며 건강을 유지한다면 큰 부자는 아니라도 나름 행복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돈 좀 있다고 떠벌이는 건 보기에 별로 좋지 않다. 차라리 그 돈을 좋은 일에 쓸 수만 있다면 세상포기하는 사람 몇은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은퇴 후 여유롭지 않은 이들은 달리 말하면 은퇴 전까지 자신을 희생하며 가정에만 충실했던 이들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은퇴 후 비참해지는 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볼 때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악착같이 살고 건강도 유지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비록 부자가 아닐지라도 나름 성공한 삶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