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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비된 이성을 깨워야 하는 이유

by 최봉기

인간은 동물과 달리 본능이 아닌 이성을 가지고 있기에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며 과학기술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이성을 단지 자기 이익과 편리함을 위해 사용한다면 이성이 마치 '고차원화된 본능'처럼 마비되어 버릴지 걱정이다. 따라서 이성의 원래기능 회복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은 몇몇 부자들만의 소유가 되고 나머지는 들러리로 전락할지 모른다.


요즈음은 누구나 하는 일에 매달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험에 처하기에 어려운 처지에 있는 누군가가 밥을 굶든 극단적 선택을 하든 '강 건너 불구경'인 삭막한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인간들 간의 관계도 존중과 배려보다는 "당신이 뭔데?"혹은 "너나 잘해"와 같은 막가는 말이 오간다. 지금보다 못살던 시절에는 다들 먹고 사느라 힘들고 고달팠지만 격려와 위로를 담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세상사에 지친 많은 이들의 시름을 달래주기도 했다.


하지만 선진국이 된 지금 '샤넬파이브'와 같은 강한 향기를 내뿜는 물질적인 가치가 인간들의 넋을 뺏으며 정신적인 가치는 벽에 걸린 빛바랜 사진처럼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인간들은 생활수준이 높아져 좋은 옷을 걸치고 좋은 집에서 좋은 차로 생활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인간들 간의 유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자기 잇속만 채우기 바쁘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의 의식 내지 지각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이기적이고 편협된 사고가 머릿속을 지배하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느끼거나 나누는 마음은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이성의 일부가 마비된 채 고급시설을 갖춘 '인간 동물원'과도 같은 곳에서 살다 보면 주머니 속에 돈만 있으면 자유롭고 낭만적이라 착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도전정신과 건전한 철학이 부재하다면 모두 부지불식간 자기 안위에만 매달리는 이기주의자로 전락할 위험을 안게 된다. 인류가 제대로 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식의 바람직하지 못한 틀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그리할 때 소수의 부자만이 아닌 다수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근본적으로 다른 건 이성을 가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세상이 물질화됨에 따라 모든 가치는 돈으로 환산된다. 따라서 인간중심이 아닌 돈중심인 세상에 살며 돈의 마력에 취해 인간의 이성은 마비되어 버리기 쉽다. 영혼이 죽어있는 이러한 물질적 욕구는 끝없는 육체적인 쾌락추구로 이어지기도 쉽다. 돈이 많으면 예쁜 여자까지 차지할 수 있는데 굳이 골치 아픈 일을 하며 스트레스까지 받을 이유가 있겠는가?


이와 더불어 인간이 쾌락을 탐하다 보면 진실로부터도 멀어지기 십상이다. 세상에는 거짓말이 일상화되고 있다. 스스로 불리해지면 말을 바꾸거나 없는 말까지 지어내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러한 풍조는 정치인들이 특히 조장하며 국민들도 이에 어느 정도 동조한다. 다시 말해 국민들은 알아서 속아주는 것이다. 만일 정치인이 거짓말을 했는데 지지율이 떨어져 정치활동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면 감히 그런 속임수는 쓰려하지 않을 것이다. 거짓말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게 바로 '내로남불'이다.


요컨대 인간의 이성적 사고는 본능에 의존하는 동물과 차별되는 특권이자 세상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성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경우 세상은 차츰 몰락의 길로 갈지도 모른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초심을 잃고 도전정신과 철학을 상실한 채 탐욕과 달콤한 쾌락을 좇다 보니 이성은 마비되고 하루아침에 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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