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갑을 앞둔 지금이나 과거 10대 때나 할 것 없이 시간이 나면 음악을 듣게 된다. 한참 어릴 때엔 음악을 들을 일도 없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팝송을 듣기도 하고 주변에는 팝 음악을 따라 부르는 친구들도 있었다. 집에서 라디오를 켜면 곡이 나오고 진행자가 곡에 관한 설명도 해주어서 팝 음악 듣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다. 맨 처음 접한 곡이 톰 죤스의 'Keep on running', 그다음이 죤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와 'Annies song'.
가수 나훈아는 TV 토크쇼에서 팝 음악과 우리의 전통가요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준 적이 있다. 우리의 곡들은 태생이 한반도이고 과거 농경사회라 시골에서 막걸리 한잔하고 집으로 걸어서 가는 리듬이라고 한다. '울고 넘는 박달재나 '번지 없는 주막' 등의 곡을 들어보면 쿵짝쿵짝 리듬이 거의 일치한다. 그래서 뽕짝이라 했는지 모른다. 반면 팝 음악은 태생이 아메리카 대륙이고 땅 덩어리가 워낙 넓어 걸어서는 다니기 어렵다 보니 카우보이가 말을 타고 달리는 리듬이라 했다. 'Take me home country road'란 곡을 켜놓고 말발굽 소리를 함께 들려주면 리듬이 척척 맞아 들어간다.
중학교를 마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1978년 겨울엔 보니엠의 'Rivers of Bobylon'과 비지스의 디스코 음악이 라디오를 아예 도배해 버렸다. 당시에 나왔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속에서 죤 트라볼타의 환상적인 춤과 함께 나온 'How deep is your love'와 같은 곡은 당시 라디오 팝 음악의 단골손님이었다. 지금은 유튜버를 통해 음악과 화면을 함께 보건만 당시에는 귀로만 듣다 보니 정감은 더욱 컸던 것 같다. 그 밖에도 자주 대하던 ABBA의 'Dancing Queen'과 'Honey Honey'와 같은 곡은 지금까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추억의 곡들이다. 고 2~3 때에는 Beatles나 Queen의 음악을 듣기도 하였다. 나 같은 초짜와는 달리 Rock 음악에 심취했던 친구들은 Led Jefflin, Deep Purple, Lynyrd Skynyrd와 같은 수준 높은 록음악을 즐기며 그룹사운드까지 결성,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은 악보에 없는 에들립이란 걸 연주한다. 'Hotel California'의 마지막 부분과 Dire Straits의 'Sultans of swing'에서의 기타에들립은 환상적이었다.
몇 년 전 나왔던 'Bohemian Rhapsody'란 영화는 과거 즐겨 듣던 Queen의 음악을 재음미하게 해 주었다. 그 영화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선풍적이었다고 한다. 인제 고인이 된 리더 싱어 Freddie Mercury의 가창력과 Bryan May의 기타 연주는 록음악의 명품이었다. 80년 초 보헤미언 랩소디는 과격한 표현으로 인해 사실 국내에서는 금지곡이었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미국, 영국 친구들과 가진 파티에서 우연히 보헤미언 랩소디를 불렀는데 영국 친구들은 "~갈릴레오♪ 갈릴레오♬ 피카소~" 하며 그 노래를 끝까지 따라 부르며 열광하기도 했다. 그 후 그들은 나와 무척 가까워졌다.
우리의 삶 속에서 늘 함께 해왔던 팝 음악은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은 아니지만 창이나 판소리보다 우리에게 더욱 친근한 예능 분야가 되어 버렸다. 세상이 바뀌고 또한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 세상의 판도가 따라가다 보니 그러한 것이라 보이지만 현재 '싸이'나 'BTS'의 인기를 볼 때 한류나 한국 음악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지리라 본다. 우리가 10대부터 생활 속에서 팝과 가까워져 온 걸 보면 당시엔 우리에게 즐거움을 줄만한 다른 대안이 딱히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586세대라는 우리들은 팝 음악과의 친밀함속에서 10대, 20대를 보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60대 이후에도 과거 추억의 음악을 계속 듣겠지만 그 느낌과 정감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