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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2. 2022

과거 고교야구에 관한 추억

1982년부터 프로야구가 시작되었는데 그전 아마추어는 고교야구, 대학야구, 실업야구로 나뉘었지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것이 고교야구였다. 기량만으로 보면 미완으로 엉성했지만 지역별로 향토성을 가지며 명문고는 막강한 동창들이 뒤를 받치며 지원한다는 점에서 관심 자체가 남달랐다. 1978년 대통령 배에서 공주고가 우승을 할 때의 포수가 김경문이었는데 당시 동창 정치인 김종필의 지원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동창회가 특히 막강했던 곳이 경북고였고 경남고, 부산고, 광주일고 등도 정계, 제계, 언론계 등에서 그에 못지않았다. 대구나 부산의 경우 시중은행 지점장의 상당수가 대구상고, 부산상고 출신들이었다.


지역을 대표했던 야구팀으로 서울은 선린 상업, 서울, 중앙 등, 충청은 천안북일, 공주, 세광, 대전 등, 호남은 광주제일, 군산 상업, 전주 등, 대구는 경북, 대구 상업 등, 부산은 부산, 경남, 부산 상업, 경남 상업 등. 고교야구는 춘계로 대통령 배, 청룡기, 여름에 봉황기, 화랑기, 대봉기, 가을에 황금사자기로 막을 내렸다. 이 중에서 봉황기는 지역 예선 없이 시합을 하다 보니 팀 간 수준차가 클 경우 콜드게임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고 제일교포팀이 출전하여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1979년 대통령 배 결승전은 부산상고와 선린상고가 맞붙었는데. 당시 에이스 투수 윤학길의 부산상고가 이길 거란 예상을 했는데 이변이 발생하며 결과는 선린상고에 대패. 당시 선린상고의 1학년 박노준과 김건우가 맹활약을 했으며 이들이 3학년 때 스타플레이어로 활약을 했지만 결승전에서 경북고에 번번이 무릎을 꿇고 박노준은 황금사자기에서 부상까지 당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내가 79~81년 고등학교 시절 78년에 신설한 천안북일고는 한국화약 (현재의 한화)가 세운 학교로 야구광인 창립자가 이상군, 김상국, 전대영 등 최고 선수들과 고교팀에 감독 김영덕에 코치 이희수까지 데려와 지휘봉을 맡겼다. 당시 1학년으로 구성된 그 팀은 3학년이 주축이던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더니 1980년이 되니 전국대회를 휩쓸었다. 그다음 해부터 날렸던 팀이 조계현이 투수로 있던 군산상고.


내가 고3이던 1981년 가을 황금사자기 결승전 경북고: 선린상고 경기를 보러 라면집에서 저녁을 먹고 친구랑 늦게 들어오다 선생님께 붙잡혀 크게 혼난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현재 양산에서 한의원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또 한 친구는 그 경기 때 TV 화면에 자신이 교복을 입고 있던 모습이 나와 교장실에 불리어 갔는데 꾸중을 듣고 가출을 하기도 했다. 아무튼 개인적인 사연이 많은 경기였다.


부산 구덕야구장에서는 한여름날 땡볕 아래에서 화랑기 야구시합을 했는데 관중석은 햇볕에 달궈져 있고 우산인지 양산인지를 펴서 볕을 가리며 올망졸망 모여 앉아 관람을 했는데 아랫석에서 담배연기와 구운 오징어 냄새가 쉴 새 없이 올라왔는데도 재미있게 야구 경기를 관람했던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고교 스타들이 그 후 프로에 가서도 스타가 되지만 어떤 경우는 희비가 엇갈린다. 고교 때 스타 중 프로에서 계속 스타였던 경우가 최동원, 김시진, 선동열, 이순철, 정민태, 송진우, 박동희, 장효조, 유중일, 이승엽 정도인데 고교 때 무명에서

프로에서 일약 스타가 된 경우가 장종훈, 한용덕, 김상진 등, 고교에서는 날렸지만 프로에서는 그 정도가 되지 못한 경우가 박노준, 양상문, 김종석 정도인 것 같다.


이상 과거 고교야구에 대하여 스케치해 보았다. 프로 경기와는 달리 패기가 하늘을 찌르고 재학생과 졸업생이 어우러져 응원하는 모습은 대학야구와 또 달랐던 진풍경이었다. 특히 프로 이전의 고교야구에서는 유명했던 선수들이 여고생들로부터 팬레터를 받기도 했다.

운동장에 잔디도 없고 관중석엔 천정도 없는 땡볕에서 신문지로 만든 모자를 덮어쓰거나 양산이나 우산을 받쳐 들고 고함을 지르며 응원했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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