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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3. 2022

시작과  끝

모든 일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없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있는지 모르지만 인간도 태어나면 언젠가는 숨을 거두며 건물도 자동차나 물건도 사용을 하다가 언젠가는 용도가 폐기된다.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게 끝이다. 3.1 운동 당시 민족지도자  33인 중 천도교 대표의 한 명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였던 최린은 그 후 친일로 바뀌며 대표적 변절자로 남아 있다. 그와 대조적이었던 사람이 만해 한용운이었는데 끝까지 변절하지 않아 시작과 끝이 일관적인 지조의 인물로 아직 존경받고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을 너무 거창하게 할 경우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도 많다. 성서 욥기 8:7에서처럼 "시작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의 의미를 되새긴다. 시작도 중요하고 끝도 시작만큼이나 아니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 애초부터 끝이 희미하다면 아예 시작을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프로복싱에서 챔피언이 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다. 그런데 프로복싱의 경우 챔피언 타이틀 획득을 시작으로 볼 때 끝이 좋은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계속 타이틀 방어전을 한다. 특히 도전자를 입맛에 맞게 선택하는 방어전이 아닌 랭킹 1위와 시합을 하는 지명 방어에서는 챔피언이 바뀌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주 드물게도 오랫동안 방어전을 치른 후 타이틀을 자진 반납하고 은퇴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시작은 화려한 반면 끝은 대개 정반대이다.


대한민국이 1948년 건국된 이래 역대 대통령 중 끝이 좋았던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장밋빛 같은 국가의 비전을 제시한다. 성실한 사람만이 잘 살 수 있는 세상 (5공),  부정부패 없는 세상 (YS), 저녁이 있는 삶 (문재인) 등. 그러다 시간이 흐를수록 각종 비리들이 터지고 사실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이어진다. 그 후 레임덕이 가속화되며 임기가 끝이 나고 정권이 바뀔 땐 전임 대통령 포함 측근들이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는 등 씁쓸한 일들이 반복된다. 대통령 당선자들이 시작보다 끝을 좋게 하길 진정 원한다면 취임식은 아예 생략하거나 임기 끝 이임식 때로 미루고 냉정하게 평가하여 공을 인정할 수 있을 때만 취임식 겸 이임식을 하는 건 어떨까?


예술가의 경우 이름이 알려지기 전 작품과 국전 등 당선 후 작품을 보면 전자의 경우가 오히려 낫다고 한다. 유명해지고 나면 그전보단 열정이 식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유명 작가의 소설의 경우도 그러하다. '사람의 아들', '금시조' 등 이문열의 명작품이 있다. 하지만 어떤 소설은 3류 작가의 것보다 못한 것도 있다. 권위만 내세우고 그만한 내실이 없을 경우 이름값이 무색하고 헛기침 소리만 무성하다. 따라서 초심을 계속 유지하여 시작 못지않은 끝을 장식해 낼 필요가 있다.


남녀 간의 애정도 이와 비슷할지 모른다. 처음 만나 보고 싶어 어쩔 줄 모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뜨거웠던 여름의 태양이 서서히 가을, 겨울로 바뀌게 된다. 내 주변 지인 중에선 대학 1학년 때 처음 만나 중간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를 이겨내고 가정을 이루며 행복하게 사는 커플이 두 경우 있다. 둘씩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일반적이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상 시작과 끝에 대해서 스케치해 보았다. 거창한 시작과 희미한 끝, 미약한 시작과 창대한 나중,  분명한 시작과 확실한 끝. 이 세 가지의 조합 중 세 번째가 가장 멋있어 보이지만 그 예를 찾기는 그다지 쉽지 않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의 경우도 성서에서나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예가 첫 번째의 예보다 많아지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생각 자체가 사라질 날이 오길 손 모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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