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로 태어나서 고생이라고는 모르고 좋은 집에서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사는 사람은 그 달콤한 부의 이면에 존재하는 땀과 고통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리기가 어렵다. 또한 그 부를 당연한 걸로 받아들일 경우라면 그 부가 어느 정도 오래 지속될 것인지 확신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금수저가 누리는 부는 자기 부친이 흙수저 일 적 바닥부터 다져온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나왔고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인간이 된다"는 말도 나온 듯하다. 금수저들의 부친 혹은 할아버지가 부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 속에는 많은 땀과 인내 그리고 고뇌가 스며 있다. 옛말에 "3대 부자가 없고, 3대 거지가 없다"란 말도 있다. 3대 이상 부가 이어졌다고 한다면 윗대에서 어렵게 부를 일궈온 정신이 가정에서 철저하게 가르쳐지고 전수되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재벌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TV 드라마 '영웅시대'(2004.7~2005.3)가 있었다.
극 중에서 정주영은 천태산 (최불암 분), 이병철은 국대호 (정욱 분)으로 나온다. 천태산은 강원도 시골에서 가출해서 서울에 올라와 막일에서부터 온갖 바닥일을 하며 성장해 나가는데 그가 쌀가게의 점원으로 일할 때 그 가게의 주인은 그의 성실함과 재능을 보고서 그에게 쌀가게를 통으로 맡긴다. 그 후 그는 사채를 끌어들여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데 부주의로 인한 화재로 공장이 순식간에 잿더미가 된다. 사채업자는 그때까지 한 번도 돈을 떼인 적인 없는 사람이었기에 돈을 더 가져가게 하며 성공해서 꼭 갚으라고 한다. 그리하여 사업에 재기하며 빌린 돈을 무사히 갚고 그 후로도 지속적으로 성장시켰던 회사가 현대자동차였다.
천태산은 건설 입찰과정에서 텃세를 부리는 건설업자들과 싸움을 벌이기도 하였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며 경험을 계속 쌓아간다. 그 후 경부고속도로 공사에 참여, 터널공사 과정에서 일부 노동자들이 사망하기도 하였지만 손해를 보면서도 공기를 맞추며 당시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가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며 마침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가로 성공하게 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두 기업 중 하나는 무노조 경영을 해왔지만 다른 한 기업은 노조를 허용하며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였다. 그것은 창업자가 흙수저 시절 고생을 해봤기에 그리한 걸로 보인다.
이상은 흙수저로 태어나 금수저가 된 사람들의 스토리이다. 이들은 고생을 하며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이룬 경우였지만 스스로도 지긋지긋한 가난이 싫었고 더군다나 자녀들에게 가난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식들은 가만히 앉아서 부친 덕에 금수저가 되었는데 그중에서 부친이 살아온 삶의 역정, 특히 흙수저 때의 고생을 제대로 이해하고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사업가 기질을 바탕으로 사업을 계승 발전시키는 경우가 있는 반면, 부모의 후광으로 쉽게 가족 기업의 고위 임원이 되어 아랫사람들을 상대로 갑질이나 하다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창업과 수성중 어떤 게 더 어려운가 하고 물어볼 때 정답은 창성(?)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둘 다 어렵다. 수성은 만들어진 회사를 유지하고 성장시키는 것인데 창업 못지않게 어렵다고 한다. 프로복싱에서 세계챔피언이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이지만 롱런을 하는 것은 바다의 별따기일지도 모른다. 흙수저로 계속 살게 된다면 모르지만 성공해서 금수저가 될 경우 흙수저의 고충을 이해해주고 이들도 금수저가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또한 자신들의 자녀들이 금수저의 삶을 계속 안정적으로 살아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신들이 흙수저 때의 힘들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줄 필요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