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부가 있다고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와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 개인도 돈이 있어야 기본 생활은 별문제 없이 할 수 있게 되니 돈이 행복의 기본적인 요소지만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차원의 행복관이 필요하다. 개인의 행복을 넘어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는 더욱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부의 창출과 유지 및 이를 함께 나누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직원의 기본적인 행복을 책임지는 기업은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가진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 대표적 악덕기업이던 'YH 무역'과 같이 종업원의 땀과 피로 만든 회사의 부를 몰래 빼돌려 해외에 부동산을 구입해서 오우너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인은 사회에 발 붙일 수 없어야 한다.
행복이란 개념은 위험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보기 쉽다.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거나 혹은 모험을 즐길 경우 행복이 깨어질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에 안주하는 태도로 지속적인 행복을 기대할 수는 없다.
세상에 자기 혼자만 존재한다면 얘기가 다를지 모르지만 세상은 여러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며 자기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행복도 자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것이다. 만일 극단적으로 자신은 부유한데 나머지 사람이 모두 밥을 굶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언제 누가 자기 집 담을 넘어 들어올지 모를 일이다. 또한 다른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할 때 자신의 일이 아닐지언정 마음 아파할 수 있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최소한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졸부들과는 달리 존경받는 부자의 모델이 경주 최부자이다. 경주 최부자집은 400년간 부를 누려왔다. 그들이 보통 부자들과는 달리 오랫동안 부를 유지해온 건 나름 그들만의 비결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었다. 흉년이 되면 약 800석이 들어가는 곳간이 바닥이 날 정도로 구휼을 베풀었고 춘궁기나 보릿고개가 되면 한 달에 100석 정도의 쌀을 이웃에게 나눠 주었다. 또한 다른 부자들은 흉년에 헐값에 나온 땅을 돈 버는 절호의 기회로 삼았지만 그 집은 흉년에는 결코 땅을 사지 않았다. 또 어떤 손님이라도 극진히 대접하고 노잣돈에다 양식 거리까지 챙겨 보내는 인심을 썼다.
세상에 있는 부자들 중에는 지탄을 받는 졸부형 부자도 많고 돈을 버는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한때 하늘이 통탄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건물의 소유주는 처음 TV 화면에 나와서는 뻔뻔하고 태연하게 건물이 무너지는 것과 자신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자신은 별 잘못한 게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 후 그 건물을 지을 때 안전 및 인간의 생명과 직접 관련 있는 건축비용을 턱없이 줄였고 그 과정에 불법 인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 건물주는 비로소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였다. 돈을 벌어도 기본 도의를 어길 경우 이처럼 많은 사람의 불행을 초래한다. 이러한 근시안적인 부자들도 자기와 자기 가족의 행복에는 관심을 가졌겠지만 다른 사람은 어찌 되건 나만 행복하면 된다는 식의 이기적인 행복 추구는 결국 모두의 불행을 가져온다.
기업가는 자신의 가족을 포함 임직원과 그들 가족의 행복까지 책임지는 주체로서 그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미래를 예측, 필요한 기술력과 인재를 확보하며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크게 힘 안 들이고 땅 짚고 헤엄치는 돈벌이를 할 수도 있다. 부동산 투기나 고리대금업을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과거 대기업들은 대출을 받아 맨 먼저 했던 것이 부동산 구입이었다. 그 경우 땅값이 오르기만 하면 대출이자를 제하고도 늘 이윤이 남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기업은 이런 방식만으로 생존이나 지속적인 성장을 해 나갈 수 없다.
대한민국의 경영자 중 가장 존경받았던 인물은 삼성 이병철이나 현대 정주영이 아닌 가정상비약 안티프라민으로 유명한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 (1985~1971) 회장이다. 그는 대한민국 최초로 주식을 상장하여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했고 자신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때 가족과 친척을 모두 해고시키고 혈연관계가 없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으며 자신의 부를 전액 사회에 기부한 유일무이한 경영인이었다. 자식들에게도 상속이나 증여 대신 키우고 교육시켜 주었으니 자립적으로 살라고 하였다. 아쉽게도 유일한 회장 이후 이러한 경영자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행복과 부의 관련성 및 창출한 부를 영속적으로 지켜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부자의 자세와 모델이 되는 기업의 예를 스케치해 보았다. 자신도 사회도 함께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기적인 행복추구가 아닌 인간의 존중과 건전하고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이다. 대한민국에도 존경받는 부자와 기업인이 많이 탄생하길 손 모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