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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6. 2022

해피엔딩

영화나 소설에서 해피엔딩이란 것이 있다. 끝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 중 '흥부전', '춘향전', '마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가만히 보면 세계적인 명화 중에서는 언해피 엔딩의 작품이 더 많다. 명화 '애수'나 '맨발의 청춘', '깊고 푸른 밤', '오발탄', '박하사탕',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챔프', '디어 헌터', '닥터 지바고', '모정' 등의 경우가 그러하다. 모르긴 해도 영화나 소설이 해피엔딩일 경우에는 잔상 효과가 약해 작품의 감동이나 파괴력이 떨어져 해피엔딩 스토리는 지양하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


문학 작품이나 영화의 스토리 구성을 우리의 삶에 한번 대입해 본다면 어떨까? 우리 삶은 논픽션 스토리인데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 가령 사업을 하며  살아온 사람이 갖은 고생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일이 잘 풀려 사업이 성공하여 부귀영화를 누리다 행복하게 눈을 감는 경우와 정반대로 20~40대까지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어느 때부터인가 하는 일이 꼬이기 시작하여 계속 고생만 하다가 비참한 종말을 맞이하는 경우이다.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은 그야말로 복 중에 복이다.


그렇다면 과연 삶을 해피엔딩으로 끝내는 것은 운명인지 아니면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인지 한마디로 딱히 명쾌한 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해본다면 인생 초반이라 하는 30대에 너무 일이 잘 될 경우는 인생 전체로 볼 때는 위험하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일찍 성공할 경우는 사람이 자만하기도 쉽고 경륜 부족으로 장기적인 위험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잠시 한눈을 팔기도 쉽다.


너무 일찍 성공한 후 오래지 않아 몰락한 경우가 '율산그룹'의 신선호 회장이다. 1975년 27세에 자본금 100만 원으로 시작하여 78년에 총 자본금 100억 원, 14개 계열사와 37개 해외 지사에 8,700명의 직원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급성장했지만 결국 도산하였다. 이유가 도덕적 해이인지 정치적 문제인지 논란은 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대개 인생을 결정하는 시기는 40대라고 한다. 그때 자리를 잘 잡을 경우 여생이 편안해질 수 있다. 30대는 고생도 하고 경험도 쌓으며 중년이나 노년의 영화를 위해 거름이 되는 시기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성공의 보장만 있다면 약간 늦은 50대나 60대의 성공이 가장 이상적 일지 모른다. 이미 고인이 된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 (1915~2001)과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 (1910~1987)도 나이가 쉰이었을 때까지는 크게 주목받진 못한 경영자였고 예순은 되어서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예순 정도가 되면 경륜도 쌓이고 의사결정을 할 때 판단력도 좀 더 정확해질 것 같다.


인생의 해피엔딩도 각본을 잘 쓸 경우 나름 통제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영화나 소설은 애틋함을 의도적으로 만들기 위해 해피엔딩을 오히려 지양하지만 실제 삶에는 애틋함보다 안정감이 훨씬 중요하다. 혹시 인생을 쓰릴 물로 혹은 실험극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은 몰라도 식솔들은 평생 곡예를 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고인이 된 코미디언 이주일은 '인생은 코미디가 아닙니다'라는 저서를 남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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