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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봉기 Mar 16. 2022

행복 나라와 그 적들

행복은 돈, 명예보다 존재 그 자체에서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돈이나 명예가 행복과 전혀 무관한 건 아니다. 돈도 적당히는 있어야 한다. 명예도 없는 것보단 있는 게 낫긴 할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이고 진정한 행복은 그런 것들이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행복을 떠올리면 맨 먼저 생각나는 게 의식주로부터의 해방이다. 밥을 굶거나 집이 없어 집시처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행복이 있겠는가?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도 있어 보인다. 과거 우리 조상들 중 선비라는 사람들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뒤주에 쌀이 있거나 없거나 오로지 앉아서 책만 보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그 생활에서도 행복이 과연 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평생을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흔들림 없이 살아간 걸 보면 나름 행복하지 않았을까도 싶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은 명저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에 관한 내용을 명쾌하게 전달해 주었다. 그중에서도 '시기심'이란 것을 행복을 저해하는 주요 요소로 다룬다. 머리에 든 게 없으면 오히려 마음 편할 것을 축적된 지식이 많을수록 시기심은 더욱 강할 수도 있다.  국어학 관련 학자들 중에서 서로 늘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으르릉대던 학자 둘이 있었다. 남광우 (1920~ 97)와 허웅 (1918~2004)이다. 전자는 국한 혼용을, 후자는 한글 전용을 각각 주장하였다. 이 두 사람은 친구 사이였지만 수십 차례의 논전을 벌였다. 각 부문에서 둘째 가면 서러워할 실력과 권위를 가졌지만 학문적으로는 한 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학문적 입장이 극과 극이었다는 사실은 만인이 아는 사실이지만 서로 누구 한쪽이 잘 되는 건 지켜볼 수 없는 라이벌 관계가 작용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만일 개인적인 사소한 시기심이 작용했다면 행복 나라에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계속 대기 중이었을 것 같다.


행복 나라의 여권을 받기 위해 또 버려야 할 몇 가지가 있다면 '오만'과 '무지'를 들 수 있다. 사람이 오만해지기 시작하면 안하무인이 되어 모든 사람들 위에 군림하려 하게 된다. 그리할 경우 결국은 스스로 추락하게 됨을 뒤늦게서야 깨닫게 된다. 대개 오만한 사람들은 자기가 최고인 줄만 알지 현재의 자신을 있게 한  드러나지 않은 공로자나 주변 환경 등에 대한 감사함이 없다. 다시 말해 그러한 것에 대한 관심 자체가 없다면 그 자체가 무지일 수도 있다.


무지라는 것, 또한 그걸로 인해 발생한 오류란 것도 어린아이에겐 면피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엔 무지라는 것이 심할 경우엔 죄악이 될 수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현명해야 한다. 가령 종교의 경우에도 신앙을 통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주일날 빠지지 않고 교회만 가고 교회에 앉아서 눈만 감고 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성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할 때 참된 신앙인도 되고 또한 신앙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상 행복을 저해하는 몇 가지의 요인들을 제시하였고 그 의미를 이리저리 분석해 보았다. 그것들은 의식주로부터의 해방, 시기심 그리고 오만과 무지였다. 배고픈 사람은 배고픔만 해결되면 행복해지리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행복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 할 관문이 그 밖에도 여럿 있다. 설령 많은 재산이 있다고 하여도 그걸로 의식주야 해결되겠지만  오히려 불행의 씨앗도 될 수 있다. 시기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것들에 의해 마음이 어지러워질 경우 행복 나라는 입국 금지 내지는 대기 상태가 된다. 마지막으로 오만과 무지인데 오만해도 문제이고 무지해도 문제이다. 두 경우 모두 행복 나라의 입국 대상에서 제외된다. 만일 오만과 무지가 합쳐질 경우라면 행복 나라 입국은 당연히 어렵고 불행 나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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