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기반 채용의 역설
며칠 전, 컬럼비아대학교에서 한 학생이 퇴학당했다.
그의 이름은 로이(한국 이름 이정인). 그는 '인터뷰 코더'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테크 기업들의 코딩 인터뷰에서 출제된 문제를 실시간으로 풀어주고, 해결 과정을 상세히 안내하는 치팅(부정행위) 도구였다.
처음 로이는 이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후 자신의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기 위해 직접 이를 활용해 2025년 테크 인턴십에 지원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그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메타, 틱톡, 그리고 미국의 대형 은행에서 오퍼를 받아냈다.
그는 자신의 성공을 링크드인에 포스팅하며 스타트업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뷰 코더'를 활용해 아마존과 인터뷰를 본 과정과 오퍼를 받은 사실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그러나 이를 본 기업들은 그가 부정행위를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오퍼를 모두 취소했다. 아마존은 컬럼비아대학교 측에 로이의 행동을 문제 삼으며 제재를 요청했다.
컬럼비아대학교는 로이가 코딩 인터뷰에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점과,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배포해 치팅을 조장한 점을 근거로 1년 정학 처분을 내렸다. 나아가 그의 소프트웨어를 강제로 셧다운 하려고 했다. 이에 반발한 로이는 아마존과 컬럼비아에서 받은 경고문을 X(구 트위터)에 공개하며 "빅테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결국 컬럼비아대학교는 그를 퇴학 조치했다.
퇴학 후에도 로이는 '인터뷰 코더'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이 서비스를 월 60달러, 연간 30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인터뷰 코더'는 연 매출 100만 달러(ARR, Annual Recurring Revenue)를 달성했다.
로이는 빅테크의 코딩 인터뷰 방식이 시대에 뒤떨어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코딩 테스트가 실제 업무 능력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지원자들의 시간과 정신력을 소모시키는 불합리한 과정이라고 본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이 이를 방치한다고 비판한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 코더'를 사용하도록 유도해, 빅테크 기업들이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고 시대에 맞는 인터뷰 방식을 도입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윤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로이가 부정행위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사기꾼일까?
나 역시 빅테크에 들어가기 위해 ‘릿코드’에 수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경험이 있다. 테크 리크루팅 과정에서 겪었던 지저분하고 치사한 현실을 생각하면, 로이의 주장에도 공감이 간다. 실제 업무에서는 AI 툴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데, 유독 코딩 인터뷰에서만 이를 금지하는 것은 결국 지원자의 양심을 시험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무엇보다도, 빅테크와의 연을 끊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논란을 만들고 자신의 스타트업을 성장시킨 로이의 전략과 배짱에는 경외심마저 든다.
그러나 '인터뷰 코더'가 불러올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 일지는 미지수다.
기존 코딩 인터뷰는 학벌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실력으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를 제공해왔다. 만약 이러한 과정이 폐지되거나 대체된다면, 새로운 방식은 과연 개인의 역량을 공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 또한,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또 다른 방식으로 혼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게다가, 기업들은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화상 면접 대신, 직접 방문해야 하는 온사이트 인터뷰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채용 비용이 증가하고, 오히려 직원 채용 대신 AI를 활용한 자동화가 가속화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로이가 던진 변화의 불씨는 이미 타오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문제의 본질은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지원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형식에 갇혀 있는 채용 방식 자체에 있다고 본다.
솔직히 말해, 만약 내가 실직한 상태라면 과연 '인터뷰 코더'를 사용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수입은 끊겼는데 생활비는 계속 나가고, 비자 문제로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까지 처한다면, 과연 ‘양심’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인터뷰 코더' 사용은 명백히 반대한다. 다만, 시대가 변하면서 기존의 규범도 변화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제는 단순히 '치팅'이라며 이를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테크 업계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그리고 그 변화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여담이지만, 미국이 '진정한 자유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유를 다시금 느꼈다. 로이는 자신의 행동을 전부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 컬럼비아대학교와 아마존조차 그의 행동에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인정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어떨까? 수능 시험장에서 AI를 이용해 만점을 받은 학생이 그 방법을 공개하고, 메가스터디를 능가하는 회사를 차린다고 상상해 보자. 과연 그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씁쓸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