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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Feb 21. 2024

[본격강아지에세이] 견생2회차:복구는 어쩔시바:D

Ep.04. 그만 좀 만져: 시바강아지의 반격



내가 장난감이냐?

아 진짜 머리도 나보다 더 길쭉한 게 자꾸만 내가 지나가는 길을 막아선다.


이 집주인 친구 같은데..?


"얘가 이름이 뭐라고?"

"복구. 김복구."

"하! 개쪼그맣네 진짜. 야, 야!"


문제는 이 남자가 나를 요리 돌아보고 저리 돌아보는동안 물마시러 갈 때든 언제든 자꾸 나를 귀찮게 한다는 거.


"야 걔 성질 건드리지마. 아직 우리집 적응도 못하고 있구먼."

자 집주인은 자꾸만 장난을 치면서 손으로 내 머리를 누르는 긴머리 남자를 경계하며 말한다.


"아 나 슈나우저 겁나 오래 키워서 잘 알아. 얘가 뭐 물어봤자 얼마나 세 5개월짜리가~지가 뭔 이빨이 있냐...?어릴 때 기강을 확 잡아놓, 아아아아악!"


긴머리 남자가 나를 넘어뜨리고 내 목을 짓누른 순간,

"와아앙!!"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 녀석의 손바닥을 이빨로 찍고 얼른 도망쳐나왔다.

어디로 숨을까 하다가 그냥 앞에 보이는  남자 집주인에게로 뛰어갔다.

"어우 깜짝이야 씨.야!!!!너 일로 안와!!!"


뽈뽈뽈 쫄랑쫄랑쫄랑.

"......?여보 복구가 나한테 왔어."

"뭐라고??복구가???"

요리중이던 여자집주인이 눈이 왕방울만해져서 달려와 남자집주인에게 안긴 나를 보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호주가 복구 괴롭히니까 물고 나한테 온다?"

"뭐야 복구가 호주를??"

호주라는 남자 손등이 내 이빨에 긁혀서 하얗게 눌려있다.

음. 너무 놀라서 나도 그만....

어떡하지?

미안.미안.

내 사과가 전해지기도 전에 남자 집주인이 불같이 화를 낸다.

"복구 그만 괴롭혀. 이제 밥이나 먹자."


여자 집주인이 차린 밥상에는 오늘도 내 고기라며 작은 고깃덩어리가 가위로 조목조목 잘려져 올라가 있다.

"그래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 무는겨..호주 너 장난기 많은 건 아는데 적당히 해. 복구 우리집에 아직 적응도 다 안됐고 우리도 일부러 안 만져.. 어릴 때 너무 많이 만지면 스트레스 받아사 강아지 오래 못산대.카페에서 봤어."

"아씨... 더럽게 아프네."

"쌤통이다."

"이거 개새끼가 싸가지가 없네!!"

"야 너보단 착해.밥이나 처먹어."

남자 집주인에게 안긴 채로,

나는 오늘도 여자 집주인에게 작은 고깃살점 8조각을 받아먹었다.


나를 노려보다가 밥이 마음에 드는지 한참을 먹고는 눈빛이 너그러워진 긴머리남자는 그렇게 이틀을 이 집에 머물다가 갔다.




"호주 가고 복구 편해보인다."

"어?오늘은 안 웅크리네??시달려서 피곤했나봐. 고기 먹어서 배도 뽈록해. 담요 배에 덮어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집 냄새가,

이 집에 돌아다니는 두 집주인의 나를 부르는 소리가

싫지 않다.


주인이 바뀌어도 나, 괜찮은건가봐.

나,

여기에서 더 살아도 되나봐.

복구가 집에 온지 겨우 한달. 처음으로 인형을 베고 잠이 든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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