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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Mar 02. 2024

[본격강아지에세이] 견생2회차:복구는 어쩔시바:D

Ep.05. 여집사 먼지와 중성화수술



새 주인녀석들과의 하루는 평화로웠다.

나는 이제 더이상 웅크리지 않고 배를 빵빵 내밀고도 잘 자고, 사료도 곧잘 먹고, 1일1똥도 할 줄 아는, 적응잘하는 시바 6개월차에 진입했다.


한가로운 주말 오전.

난 분명 못생긴 여자집사 먼지(그녀의  머리카락이 항상 공기중에 떠다니는 먼지처럼 부스스해서 내맘대로 붙인 별명)를 따라 초록초록한 공원에서 흙냄새를 맡고 있었는데....?

길따라 지나가는 차들 따라 슝- 하고 정신없이 걷는 통에 먼지를 따라가다보니 엄청 많은 개들 냄새가 묻어있는 하얀 건물안에 들어와 있다.


아. 본능적으로-

이곳에 들어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걸 깨닫는다.


바등바등.

덥석.


어느새 내 몸은 먼지에게 안겨 꼼짝달싹 못한 채 허공에 떠있는 시점에 도달해있다. 


짜증이 확 밀려온다.

물어버릴까 이 손.....?


"아 전화로 예약했는데요~."

"네. 이쪽으로 오셔서 설명 들으시고, 바로 준비할게요."

나를 토닥이면서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은 파란 아저씨앞에 내려놓는 못생긴 먼지.

먼지씨, 나 무서운데...

집에 가고싶어.

어서 날 집으로 보내. 안 그럼 물어버릴거야.




"애기가 이제 4차,5차  다 맞고 이제 중성화 해도 되는 시기라서."

나이가 지긋하신 의사선생님은 복구를 요리조리 촉진하며 수술에 대해 설명한다.

분양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면, 강아지들은 중성화를 해주는 게 추후에 암이 생길 위험이 줄어든다고 (암컷 강아지의 경우 중성화를 통해 유선 종양, 유선염, 자궁축농증 등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뭇 카페와 주변인들의 조언을 듣고 5차 접종이 끝나고 바로 데리고 동네 동물병원부터 찾았다.


나 역시 복구가 어느 암컷 강아지와 자연스러운 가정을 이루고 이 녀석의 미니미까지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싶다.

그러나 가족이 되어 사는동안 아빠강아지,엄마강아지,새끼강아지들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없다면, 그 녀석들을 이산가족으로 만들지 않고 온전히 보살펴줄 수 없다면 굳이 낳아서 생이별을 시키는 일보다는 이 녀석이 외롭더라도 우리와 조금 더 오래 건강하게 있고 싶은 욕심이 컸다.

"네네. 그런데 6개월이 좀 늦은건가요?"

"너무 늦은 건 아니에요. 1살 넘어서 하는 애기들도 있어요."

"그 마운팅 하고 공격적인 성향이 중성화를 너무 늦게 하면 줄어들지 않는다고 들어가지구..."

"간혹 수술 후에 더 안좋아지는 친구들도 있긴 한데요~수술 후에 케어 잘해주고 간식으로 훈련 잘만 시켜주시면 애기들은 금방 좋아져요. 그런데.. 여기 애기, 복구는 체격이 나이에 비해 좀 많이 적어서, 혹시 중성화하고 호흡 불안정하거나 할 수도 있어서, 산소실 들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강아지 산소실이라니.

처음 듣는 산소실은 그냥 어항보다 조금 더 두툼한 유리박스였다.

인공호흡기를 끼거나 그런건 아니어서 조금 덜 무서웠지만 이 작은 녀석이 저 안에서 두려움 없이 의식을 회복하고 쌩쌩하게 나올 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의사의 조언에 따라, 10만원의 추가비용은 아깝다 생각지 않기로 했다.

수술이 끝난 후 산소실에 옮겨져 누운 축 처진 녀석을 보니 괜시리 코가 훌쩍여졌다.

전우에게 이 아이가 견디는 시간을, 공유하고 싶어 사진을 남겨두고 보여주었다.

"아가 복구 중성화 후 회복 중."

"어구 이렇게 조그만 몸으로 잘 버텼어."

사람보다 동물에게 관심이 많은 그였다. 

중성화수술이 끝나고 산소실에서 회복중인 6개월 복구

20분 정도가 지나 30분을 넘기지 않고, 잠시 마취에 취해있던 복구가 눈을 떴다. 그리고 조심히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없이 작은 녀석의 앞다리에 감긴 붕대를 보니 괜시리 미안함이 뭉근하게 가슴속을 채운다.

앞발에는 붕대, 얼굴에는 목카라를 한 환자 복구
더우니까 현관으로 갔다가 안방으로

약을 억지로라도 먹여야 하니 생고기를 구워서 가루약을 타서 먹이니 침대에서 유난히 졸음을 참고 버티는 게 퍽이나 늠름하다.

너도 수컷이라 이거냐?

짜식. 아프게 해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그래도 남편 품에 안겨 온 너를 아무것도 안하고 방치할 수는 없어서.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복구가 있고싶은 곳에 있게 두고 물과 사료만 채워주었다.


약발이 도져서 잠이 오면 옆으로 눕는 6개월 복구

잠든 복구는 아기천사다.

염소처럼 벽지를 뜯고 흰개미처럼 원목밥상을 갉아놔도,

미친강아지처럼 이 신발 저 신발을 물어다 침대위로 올려놓아도,

하루는 내 하이힐, 하루는 남편의 썬글라스를 유치로 아작내버려도,


미워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녀석은

미움이 많던 내 부끄러운 20대 후반의 삶 속으로 들어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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