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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Feb 14. 2024

[본격강아지에세이] 견생2회차:복구는 어쩔시바:D

Ep.03. 어느날 내 입속으로 고기가 들어왔다



"지글지글."

네모난 철박스에 네모난 판대기를 테이블에 올리더니

이내 익숙한 냄새가 올라온다.

"킁킁."

나는 지금 슬픈데.

내 코는 냄새를 따라 지극히 자연스럽게 고기 쪽으로 돌아서있다.

몸은 여전히 웅크린 채로.


내 앞에 너무 부담스러운 눈망울 4개가 돌고래소리를 내며 앉아있기 때문에.

아.... 어쩐다?


"복구 구워주려고?강아지는 기름기 너무 많은 거 주면 안된대."

"응 그래서 목살이랑 삼겹살 두 가지로 산거야. 일단 목살 구워주자."


웅크리고 앉은 내 방석을 한번 바라보더니 걱정스러운 눈길이 내 등위로 꽂힌다.

"쟤 고기 굽는 냄새 맡았을텐데..안온다."

"주인 보고 싶겠지.....우리 집에 하루아침에 와서 낯설거고."

"그래도 이제 한 달인데..?익숙해질 때 안됐나.....?"

"여보 나랑 결혼하고 한달만에 적응됨?"

"ㄴㄴ그럴리가.이해했어 완료.료카이. 저기 작은 도자기접시 복구거야. 거기에 올려서 줘. 자기가 먹고 싶을 때 먹게 냅두자."


우리 주인은 원래 고기냄새가 나는 동그란 철판에서 맛있어보이는 고기를 접시에 덜어서 가끔 먹곤 했다.

내가 주인 옆으로 가서 앞발을 툭. 줘도, 나는 고기냄새만 실컷 맡을 뿐, 그 고기맛이 뭔지 모른다.

단 한번도 내 앞에 고기가 내몫으로 온 적은 없었다.

그래도 주인이 늘 연기를 피우며 먹는 것이 주인을 행복하게 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나도 저걸 한입 먹으면 같이 행복할 것 같았다.

둥이야!!이거 너무 맛있다!!!

하면서 웃던 주인이 생각이 난다.


"복구야 이거 복구거야. 먹고싶을 때 먹어 복구!."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 방석에 웅크리고 앉은 내 코 앞에 따끈한 연기가 피어오른다.

주인과 함께였던 날의 추억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그리고 다시 사라졌다.

나는 다시 암흑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눈을 감고 사라진 주인을 찾았지만, 자꾸만 멀어지는 주인은 좀처럼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코킁킁 하고 올까?"

"산책도 안나가려고 하는데."

"이리줘봐.하네스 그냥 풀고 오늘은 안고 나가자.얘가 의심이 많네."

내 몸이 붕 떠서 남자 품에 안긴다.

우리 주인에게선 자스민꽃향기랑 미묘한 담배냄새가 섞인 냄새가 났는데, 이 남자에게서는 조금 더 진한 담배냄새와 바닐라향이 난다. 옅은 치즈냄새도.

음.

사람에게 안긴다는 게 오랜만이네.

우리 주인이 안아주던 게 언제였는지 잘 모르지만 그 때처럼 날 안고 귀여워서 어쩔줄 모르는 모습이 꼭 주인을 닮아있는 이 치즈냄새나는 남자.

싫지 않다.

나오니까 조금 더워질랑말랑 하지만? 안긴 지금의 상태가 나쁘지는 않아.

이런 게 안기는 맛이었나봐.

내 키가 한 열 배쯤은 커진 느낌.


거리에 자동차도 많이 다니는데다가 우리 주인보다 작은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도 들려온다.

저녁 노을이 티비로만 봐도 예쁜데 내가 오던 날 차창 밖에 보던 거랑 똑같다.

아....예쁘다.

이 동네 놀이터 나무냄새.

좀 좋은데.?




"복구야. 이거 먹어."

???

나 주는거야???

우리 주인은 안주던건데.. 나 진짜 먹어도 되는거야??


이 사람들은 뭘까..

나 이거 먹으면 주인한테 데려가주는걸까.

그러면 다 먹을 수 있어.

맛이야 모르지.

그래도 날 죽이려고 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으니까,

확실히 긴머리 여자는, 우리 주인보다 키도 작고 못생겼는데, 나를 더 잘 챙겨주는 것 같긴 해.

(합리적 조건부 희망사항)먹으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잠깐.

(합리적 의심)그래도 의심이라는 건 해봐야 하는거야.

견생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

아니.

그런데....



우리 주인도 날 버렸잖아.


이걸 안먹으면 나는 또 버려져서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가야할지도 몰라.

나 또 버려지기 싫다......

"챱."

내 코만한 고기 한점을 입에 넣어본다.

".....!!!."


.....=_=.....=_@......@-@????띠용????


<사고정지>


아니, 이건 뭐야..?그냥 내가 먹던 사료랑 같은 거 아니었어..?


"오옳!!지~!잘먹네."


그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연기의 주인공 고기를 만나,

나는 육고기신세계로부터 자유입장권을 부여받았다.


어린 시절 복구의 고기샷이 없어서 구구 투샷의 개마카세로 대신해본다.

도대체 이 맛있는 걸 왜 몰랐지.......

주인도 너무 맛있어서 날 주고는 싶었는데 깜빡한 걸거야.


나 이 집에서 조금 더 있어도 괜찮을까.

그래도 돼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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