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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강아지에세이] 견생2회차:복구는 어쩔시바:D
Ep.02 : 내 잘못
by
김먼지
Feb 4. 2024
며칠이 지났을까.
내가 좋아하는 노란 개나리가 초록색 이파리로 바뀌었다. 여전히 우리 주인은 날 보러 오지 않지만, 난 오늘도 물을 열심히 먹으면서 주인을 기다리는 중.
사료는 맛이 없어. 우리 주인이 준 사료랑 같은 거지만 어쩐지 맛이 없어..
주인이 바라봐줄 때 나는 사료를 정말 열심히 먹었다구.
그러니 주인 오라고 해. 주인 오라고.....
"얘 어디 아픈 거 아냐?"
웅크리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긴 머리 여자는 남자에게 계속 말을 한다.
"벌써 일주일이 돼가는데도 자기 집처럼 안있어. 계속 벽에 머리 처박고. 사료도 거의 안먹어. 물에 불려주면 그때 몇 입먹고."
"병원에선 이상없다고 하는데...입이 짧은가.?"
"이따 마트 갔다오자."
여자와 남자는 내 얼굴을 보고 울 것 같이 한참을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아 날 보며 이야기를 하다가 나갔다.
이제 좀 살겠네.
뭘 저렇게 심각해??
인간들 참 피곤하게 사는 것 같애.
우리 시바견생은 쿨하게 사는 게 유일한 목표인데,
나는 주인을 찾으면 바로. 쿨하게. 안겨서 주인 냄새를 실컷 맡을거야.
그리고 여길 나갈거야.
그러니 잠이 오면 안돼. 자는 사이에 주인이 날 찾으러 오면 어떡해.잠들지마, 잠들지ㅁ........zzzzz
"띠띠리리릿."
벌떡. 눈이 떠진 나는 다시금 털이 쭈삣 선다.
심장이 요동치고 막 몸이 둥실두둥실 날아갈 것 같아.
누가 오나봐. 주인일거야.
나를 너무 오래 못봐서 지금 날 보고 펑펑 울면서 둥이야!!할거라고.
거봐 주인은 나를 찾아헤매느라 오래 걸린거라니까.
어서 이 부담스러운 두 인간에게서 나 좀 데려가!!
그렇게 주인 집의 그것과 비슷했던 현관문이 열리고,
내 바람도 흩어지는 공기냄새처럼 산산조각이 나 달아나 버렸다.
"복구!!아빠왔다!"
"......."
"뭐야 쟤 또 벽보고 있어..왜 자꾸 머리박고있어.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밥도 잘 안먹고 아 짠해죽겄네."
주인이 아니다.
아까 그 두 사람. 양손에 뭐가 가득이네. 근데 왜 우리 주인 안데리고 와...?
나는 주인이랑 같이 산책을 하던 둥이야. 복구가 아니라고.
뭔가 잘못됐어.
주인이 어디 아픈걸까.
이사를 멀리 갔나.
나 훈련에 맡겨진걸까?
말을 하도 안 듣고 주인 집 현관에 쉬야를 해서?
아니면 운동화를 자꾸 물어다놔서??
내가 그때 타일에 주인 운동화에 쉬야를 해서 그랬을까.
사료를 너무 많이 먹은걸까.
물을 많이 마시고 쉬야를 너무 했나보다.
후회가 밀려온다.
조금 덜 짖고, 덜 먹고, 덜 쌀걸.
산책나가자고 신발 물지말걸.
목마르다고 물그릇앞에 있지 말걸.
주인한테 엉덩이붙이고 앉아있지 말걸.
주인을 귀찮게 하지말걸.
그랬다면 우리 주인이 날 이렇게 벌주지 않았을텐데.
얼마나 지났을까.
벽을 보고 웅크린 채 잠든 나에게
여자가 가져다준 이불은 도톰하고 푹신하다
.
이 방은 낯설지만 온도도 주인이 날 혼자 둔 방보다 따뜻하고
.
모든 게 주인과 살던 집보다 더 따스한데,
나만 혼자,
이 밤이. 너무 춥다.
모든 게
내 잘못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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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문학처돌이. 삶과 죽음을 사유하는 인간으로서, 이번생은 구구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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