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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Jan 26. 2024

[본격강아지에세이] 견생2회차:복구는 어쩔시바:D

Ep.01. 내가 김복구라니



"덜컥."

차디찬 감촉이 발바닥에 닿는다.

희미한 담배냄새가 난다. 언뜻 우리 주인의 집에서 나던 냄새인 것 같지만 뭔가 좀 달라.


나는 자동차라는 거에 탄거랜다.

구구절절 뭐 말을 열심히 하는 내 옆에 남자.

우리 주인보다 몸집도 크고 남자잖아.

싫어. 싫어. 무섭게 생긴 이 남자는 도대체 뭐고, 나는 왜 여기 있는거지.?

숨바꼭질이라면 그만 하고 이제 주인집에 가고싶다....

근데 우리 주인 나랑 산책도 안해줬는데

나 빨리 주인이랑 우리집 앞 공원 가고 싶은데..


"애기야. 멀미안나게 천천히 갈게. 우리집으로 가자."

주인의 또르르 굴러가는 옥구슬 목소리랑은 거리가 먼 이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단단하다.

가끔 우리 주인도 애기라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 하도 오래 전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해.

그래도 이 남자 목소리, 좀 들어줄 만 하네.

당신의 집으로 간다고?거기가면 주인이 있는거야?

그럼 나 갈게. 얌전히 있을게.

..얼마나 흘렀지...?

근데 나 멀미난다.

자동차라는 건 처음인데, 윽 옆에 뭐가 슥슥슥 지나가고 아주 어지럽다 이거 뭐냐.

세상이 핑그르르르.

아이고 시바 살려.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켁.뀌엑."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넘어왔다.

응??

아 더러워. 이게 뭐야 빨리 삼켜버리자.

"찹찹.."

빨리 삼켜야 해. 주인은 이거 보면 소리부터 질렀는걸.

이 남잔 덩치가 더 크니까 더 소리를 지를지도 몰라.

"찹찹.찹찹.차-."

"에구 강아지 멀미하나보다. 괜찮아 괜찮아. 미안미안 더 천천히 갈게."

내가 핥으려는 내 토를 하얀걸로 막 다 가져가더니 어디에 묶어둔다.

남자 내 토 좋아하나봐.

이상한 사람이군. 바보인가?토는 내가 먹어도 맛은 없는걸. 저런 걸 묶어두기나 하고.


어질어질하니 잠은 또 온다.

주인이랑 꽃밭에 와있는 꿈이 나를 너무너무 행복하게 한다.

깨기싫은 꿈을 깼을 때, 나는 주인네 집보다 겨우 한뼘 더 큰 원룸에 도착해있었다.

그곳에는 왠 조그만 긴머리 여자가 가자미눈을 했다가 날 보고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미친여자면 어떡한다.?

도망가고싶다. 주인아 날 구해줘.


"헐. 이렇게 작아?어뜩해. 얘 어뜩해!!!"

도무지 가라앉지 않을 하이톤 목소리로 쩌렁쩌렁거리며 다가오는 이 미친지 모르겠는 이상한 여자.

나를 만지려 하는데 아까 날 데려온 남자가 막는다.

"아직 만지지마봐. 얘 지금 차에서 멀미했어."

오 나 만지는 거 싫은데, 그걸 못하게 한다.

당신 좀 멋지다.

내맘에 들어갔다 나왔는가.


"알았어. 근데 얘 주인이 얘 같이 뛰어주는 거 좋아한대. 이따 뛰어주자."

우리 주인이 그런것도 말해줬나보다.

꽤 친한 사이인가.?처음 보는데.

"그것도 이따가. 애 좀 재워보자. 먹을 것도 먹이고."

"아 강아지는 하루 18시간인가 잔다 그랬어. 오키오키.애기 침대도 작아. 귀여웡."

이 여자는 그렇게 미친여자는 아닌가보다.

남자가 막아서니 날 만지지는 않고 내 침대를 방 한쪽에 놓고 나를 안아서 내려준다.


"얘 덜덜 떠는데.?"

"방 보일러 좀 켰다 끄자."


부산스럽게 그들이 움직이는 걸 보고있자니,

우리 주인이 더 그리워졌다.


"쟤봐. 구석으로 자꾸만 가서 웅크려."

나는 그냥 주인이 보고싶은데, 저 남자랑 여자는 계속 나를  쳐다본다.

불편하게 왜들 저래.

됐고, 빨리 우리 주인 불러와!!!

왜 주인은 안오는거야 이렇게!!!

어젯밤에도 흙냄새 못맡아서 나 지금 짜증 오조오억개.


"어떡해. 쟤 자기 버린 거 아는 거 아니야?"

"....우리가 이제 가족이라고 인사해야지."

남자는 나를 갑자기 들어올리더니 눈을 맞춘다.

"오늘부터 우리가 니 엄빠야. 반가워 복구야."

엄마아빠가 뭐야.

나는 주인이 지어준 이름이 있어.

나는 둥이인데.

나한테 왜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을 부르는거야?

복구라니.?

내가 김복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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