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묶고 있는 70센티미터 목줄은 내 주인의 원룸 창가 플라스틱 서랍장 손잡이에 엉성하게 매여져있지만 3키로도 안나가는 내 무게로는 도저히, 서랍장의 손잡이를 잡아당겨 내 주인이 누워있던 베개냄새를 맡을 수도, 더워지는 온도에 이 원룸 끝의 신발장밑 시원한 타일바닥으로 이동할 수도 없다.
나는 둥이야.
주인 기다리는 중.
너무 더워.
물도 미지근하고.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은걸.
주인은 언제 올까. 나 산책도 하고 싶다.
이빨도 좀 간지럽고,
아, 주인베개 냄새맡고싶다.
일주일 전인가, 너무 더워 죽을 것 같길래 현관타일바닥에 누워있다가 쉬야가 마려웠는데 참지를 못해서 주인의 운동화를 더럽혀서 혼이 났다.
"진짜 안되겠다."
주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고는 나의 허리에 이상한 끈을 매어주더니, 내 집은 서랍장 옆이 되었다.
답답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 냄새나는 작은 담요는 좋아.
주인과 놀고싶은 나는 주인의 퇴근을 누구보다 기다리는 생명체다. 그러니 나의 주인. 퇴근해라 빨랑.
스르륵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주인은 내가 묶인 서랍장에서 나를 풀어주었다.
오예. 나 이제 주인이랑 놀 수 있는건가봐!!!!
주인!!주인!! 나랑 바깥에 나가서 흙냄새 맡으러가자.
그런데 내 주인은 오늘따라 뭔가 바빠보인다.
어 저거 내 침대, 내 간식통 물통 다 뺏어가는거야??
왜 다 없애려고 하는거야. 내거야!내거라고!!!
"왕!!!"
주인의 손을 멈추려고 해도, 주인의 손은 너무 빠르다.
나는 그냥 바라만 봤다.
안돼 이건 내 밥그릇 ㅠㅠ......
"둥이 안돼. 놔. 얼른!!!"
"깨갱 깽!"
머리를 맞는 동시에 내동댕이쳐진 내 몸은 내가 봐도 가볍고 하찮다. 또 주인의 소매를 물었다가는 저번처럼 밤새도록 맞을지도몰라. 구석에 숨자.
곧 밥그릇도 주인이 안쓰던 어떤 큰 가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아름 짐가방에 다 넣더니 나를 안고 나간다.
의잉???나 산책해주나 보다. 와 맨날 묶여있어서 답답했는데, 우리 주인 최고야. 우리 주인 좋다. 헤헷. 신난다!
오늘은 야외산책 야외먹방인가봐. 있잖아, 나 먹는 거 잘할 자신 있어!! 이제 사료 5알은 기본으로 한꺼번에 씹을 수 있거든. 보여줄게 주인! 빨리 나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