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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

불신과 탐욕 그리고 인류의 자멸

by 김먼지


같은 인간이 어찌 그런짓을....?

하는 일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진다.


멀쩡한 백구 네 다리를 잘라버린 사건

남의 집 개들을 비비탄으로 수백발을 쏴서 죽인 사건

고양이 입에 나무토막을 넣어 죽인 사건...

(심지어 고양이사건은 범인이 미성년자)

부모 재산을 탐낸 나머지 엄마에 이어 그 재산을 나눠가질 형까지 죽인 사건

삶이 힘들다며 동반자살한다고 차에 일가족 모두 태워 물에 담구고 자신만 살아남은 사건


이 안에서

약자를 포함한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은 1도 없다.

남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1도 없다.

인권을 지켜줄 필요가 없는 미개인간일 뿐이다.


진짜 인류가 지구에서 방뺄 날이 머지않은 것인지

미쳐날뛰는 우리를 꼭 누군가 멈출 것 같이

그렇게 이상한 시간들이 세상 안에 콕콕 점처럼 박힌다.


그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이 될 때.

인류가 사라진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돈룩업 영화를 떠올리면

통쾌하면서 씁쓸하다.

나도 죽을테니까.

그것이 자연의 섭리고 형벌이면 받아야 할 벌.


가끔 정보를 얻는 커뮤니티에 어느 글이 올라왔다.


가만히 읽어보니 40후반의 중장년층 아저씨가 쓴 글.

평소에 주린이라며 농담지을 만한 이야깃거리를 쓰는 분이라 구독을 해두었는데


잔인할지도 모른다는 운을 떼며 쓴 글을 보니


서울의 인구과밀의 해결책이

노인들을 지방으로 좇아낸다는 결론이라는 것.

서울경기도권에 사는 60세 이상 노인들

더이상의 노동활동을 안하는 사람들

노동활동가치가 돈버는 수준보다 낮은 사람들을

모두 서울경기도권 밖으로 쫒아내는 거라고 했다.

경제활동못하는 늙은이들을 지방가서 살게 하면

다 해결된다는 논리

너무 폭력적이고 극단적이었다.


일종의 욕심이라 했다.

젊었을 때 부와 만족 쾌락을 늙어 죽기 전까지 갖고 싶다는 욕망이

지금 상황을 만들었다고 하는 부분이 거슬렸다.

국가경쟁력발전에 큰 저해가 되는 주범이 노인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그들이 그들의 자녀를 옳은 방식으로 키워내지 못하고

캥거루족으로 과잉애정을 쏟거나 사교육에 몰두한 나머지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짜는 법 같은 건 못 배우고

돈만 물려받은 젊은이들이 뭘 해보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 그저 부모 돈으로만 사는 건 부자연스럽다.

그럼 이 글쓴이의 분노는 이미 젊은이들의 부모로 자식들에게 그런 부를 물려준 것에 있어야지

그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노후조차 준비못한 채 모든 걸 빼앗기고 지방으로 내몰려야 하는 신세가 되어야 하는 것 역시 부자연스럽다.

그리고 이 모든 부작용들을 용인한 사회, 그 사회를 만들어 낸 입법자들은 물론 그 입법자들을 뽑은 주권자들 역시 다 한 통속인 셈이다. 그럼 우리 모두가 다 이 사회에 책임이 있는 사람인 걸 인지해야 맞다.


어느 한 계층과 한 세대를 몰락시킨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그냥 지나치기가 마음에 남아, 이 분은 그래도 비꼬거나 남의 말을 아예 안 듣는 배타적 성격은 아니신 듯 하여 댓글을 달았다.


여기서 세대 갈라치기는 의미없습니다. 오히려 그 기득권층 반열에 들지 못한 세대가 더 도둑놈 심보라고 오해를 살 수 있어요~

기업이전 세금혜택으로 주고 노인들 돌보는 의료진 의무 분산하고 돈 더벌게 해주면 가지말래도 갈거고요.

인프라가 안생기는건 결국 그 인프라를 커버칠만한 유동인구가 없는거라서 수익성이 안나니 기업이 지방을 안가겠죠?

서울로 몰리는 게 일자리때문도 일도 편리하고 누릴거 다 누리는 인프라때문인거라서.

노인세대에게 가장 필요한 의료만 지방에 제대로 갖춰져 삶의질을 높일 수 있으면 지방으로 안 갈 이유가 없다 봅니다.

지방소도시를 통합하고 지자체 지원금 몰빵해서 일본식이든 독일식이든 내연금가지고 누리다 죽을 수 있는 질좋은 인프라 만들어놓고 가라마라 해야하는것같습니다.

일자리 기업은 그렇다 쳐도 병원이나 요양원은 지방에 충분히 투자 가능할듯해요

노인세대 없었으면 지금 우리 304050세대가 이 많은 기술 통신발전 누리지 못했을겁니다.

오히려 기여도로 따지면

지금 자산 누리는 노인세대는 남고.일하지않는 젊은 쉬었음 인구를 지방으로 빼는 게 맞을 정도로 젊은 세대만 사회보탬되는 게 아니에요.노인세대 중에도 여전히 나라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이 많아요.

쓸모없어졌다고 내쫓다시피 말씀하시는 건 위험해보이는 발언이에요ㅜ 중요한 건 우리도 다 늙고 죽기 때문에요.

당장 10년 20년만 내다볼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 글에 다시 커뮤니티 회원님은 효에 빠진 생각이라 여기셨는지 짧게 댓글을 달아주셨다.

도덕적 효 사상으로 이 상황을 타파하긴 힘들다고. 젊은이들 설득이 안될것이고, 내가 올린 생각들조차 노인들 욕심과 욕망이라고 젊은이들이 말할 것이라고.


나는 다시 댓글을 달았다.

이 분이 가족이 있으신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생산성이 없는 노인세대를 향한 내재된 분노같은 게 느껴졌다. 미약한 글이지만 조금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그 젊은 세대들이 노인이 이룬 걸 인정해주지 않고 그냥 빨리 죽어라 라고 얘기하는 한 사회는 더 나빠질거에요.

진짜 대한민국이 사라져도 이상할게 없죠.

저도 늙으면 연명치료중단할거고 노인기준도 바뀌는 데 동의하지만

캥거루족처럼 늙은 부모에게 독립못하고 사는 젊은이들을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조건 늙은이라고 다 내보내야 한다는 생각은 전체주의같은거고요..

노인들이 욕심많은건지 젊은이들이 자기 노력도 없이 노인들이 만들어놓은 자산을 욕심부리는건지 우리는 알지 못해요.

왜냐하면 저 역시 서울에 집이 없고 그 서울에 집산 노인들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요.

일본여행가서 충격먹은 건 7080할머니 할아버지들 손붙잡고 햄버거 먹으러 데이트하러 오는 게 자연스럽다는 거에요. 우리나라는 아들딸 사업자금 학자금 20살 넘어도 탈탈 털리다가 본인 노후자금 없이 사는 사람이 많아요. 당장 탑골공원만 가도요.

미국이랑 일본은 각각 자산의 90%는 주식이든 현금이든 보유하고 자기 노후를 챙기는데 우리나라는 그 노후준비가 자식으로 인해(사업말아먹거나 사기당하거나 예기치않은일로)많이 틀어지는경우도 많아요.

노인들도 양보할 것들

젊은이들도 양보할 것들

다 있습니다.

제가 작은 구축 사서 들어오자마자 장기수선충당금이 한번에 2배가 올라서 따지니

6년간 한번을 못올리게 해서 어쩔수없이 엘리베이터 고치기위해 걷는다고 하더라고요.

2006년인가 2007년에 국민연금 개정하자고 했을 때 한나라당에서 막아서서 아직까지도 손도못대고 있어요.

그런 부분을 이제는 인지하고 다같이 살 방법 찾아야하고요.

난 한푼도 손해못본다.

이 생각 가진 한은 노인세대든 청년 중장년세대든 나라 망조에 기여할겁니다.

국민연금 제 세대 고갈된다는 전제하에

엄마라도 연금 받으시라고 10년치 내드렸고 그것보다 훨씬 큰 돈을 집 살때 도움 받았습니다. 5년후에 이자쳐서 드릴거고요.

참고로 부모님 신불자되고 저 월급까지 막혔을 땐 부모님 죽었으면 했던 불효년입니다.

이제는 그냥 나에게 뭘 해주시기보다 건강하시기만 바라게 됩니다.

60대 아버지뻘 되는 사장님도 주7일을 쉬지않고 일해서 자식들 앞으로 줄 땅도 사고 집도 사셨다길래 아저씨거 챙기시라 명의 함부로 넘기지 마시라 했더니 웃으며 그럴일 없이 난 명의는 안준다 하시면서도 애들 더 나이들기 전에 서울로 집 사서 들어가시려고 주말에도 일하시는 거 보고 주말 2일 쉬는 제가 다 부끄러워졌어요.

중소다니다 공무원된 동생도 은행다니는 친구도 10년일해 충청도 사놓은 집 2채 3년안에 팔고 서울 가려고 부업도 하고 부동산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서울 전세살다가 결혼하고 양평으로 무대를 옮겨서 사업시작한 친구도 있어요.

사람마다 사는 모습은 다르잖아요.

그 친구들 서울에 집 사려고 하는 젊은이들이지만 노인들 나가라고 할 생각 없어요.

조금 더 노력해서 자기들 형편에 맞게 대출도 받고 열심히 삽니다.


이 댓글을 남기고 보니,

저 글쓴이는 꼭,

내 20대 초반의 심화버전같다.

가지지 못한 나의 상황에서 가진 자들의 무언가를 끌어내리려 했던 초라한 불안시대.

여유가 있는 선한 손길에 내 자격지심으로 그 뒤에 무슨꿍꿍이야, 하며 거부하던 움츠린 시절.


모두가 움츠리지 않아도 기꺼이 손을 내밀 수도 그 손을 잡을 수도 있는 시대.

그런 삶도 있구나,하며 나에게 없는 것을 가지려 욕심내거나 그것을 가진 자를 끌어내기보다

어떻게 삶을 살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대.


'그런 시대'가 '미움으로 전복되는 시대'보다 먼저 와야,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갈라치기의 근본인 미움.

그 미워하는 마음을 없애주는 약같은 걸 누가 개발 안해줄라나.


오늘도 우리집보다 훨씬 예쁜 조경을 가진 남의 동네 아파트 산책을 다녀오면서.

나도 열심히 부지런히 빚갚고 벌어서,

조금 더 나눠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으로 진화하고 싶다.

내가 비싼 관리비 내며 쓰는 조경이니 쳐다도 보지말고 들어오지도 말라 막아서기보다

함께 즐길 부분도 필요하면 같이 나눌 수 있어야 하는 센스를 배우는 일.

베르베르 베르나르 소설 나무 속 [황혼의 반란] 같은 현실이

찾아오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겠다.


사람은 다 죽는다.

그리고 늙고 병들거나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를 잃는다.


시기와 장소만 다를 뿐

모두 다 같은 아픔을 노화와 죽음을

간직하고 살 뿐이니까.


겸손해지자. 감사하자. 손잡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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