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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 너머에 있는 것들

그런 장(長)이 갖고싶다.

by 김먼지


피해자만 가엾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가해자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하다.

대자연의 뻔뻔함은 무섭기까지 하지.

언제나 그렇듯 남김없이, 무자비하게 쓸어가려고 하니까.


천재지변 속에 숨은 인재들이 분명히 있다.

아닌 척 해도 드러나게 될 진실들이

토사 속에, 흐르다 막혀 고여버린 물 속에

잠잠히 박혀 있다.


오늘 오전에 유명한 시 시장이

재난문자를 날리고 야유회에 가서 즐기다 온 흔적이

만천하에 공개되었고,

그는 변명하기 바쁘다.


국민이 사경을 헤매고

어떤 이들은 이미 소중한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이들은 자신의 집과 터전을 수마에 빼앗겼는데

당장 내일이 불확실한 삶 앞에

울 시간도 없이 오늘의 불안과 싸우고 있는데

노래방 기계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지자체 기초단체장이라.


똑같은 무게로 그에게 벌을 줄 수 있다면 겪을 수 있을까.


VR같은 거 잘 개발해서,

살인자, 강간범, 사기꾼, 그리고 저런 직무유기 고위직들은

돈이 아닌 정신으로 벌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진짜 피해자들의 아픔, 분노, 좌절을

반의 반틈도 이해할 생각도 없는 이들을 위해

통각,시청각으로라도 뇌가, 촉각이 찌릿. 먹먹해질 수 있는

그런 형벌을,

내려줬으면 좋겠다.


안전불감증 저 너머에는

돈에 눈먼 누군가와

무관심한 누군가

그리고 그것을 언제든 집어삼킬 수 있는

대자연이 있다.


천재인 척 굴지만 인재이기도 할 일들 앞에서

사람답게 헤쳐나가는 우두머리, 장(長)을 보고싶다.

같이 가슴아파 울어줄 눈물은 없어도

손잡아 줄 주변머리 쯤은 없어도

묵묵히 흙을 파내고 오늘 하루 삶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 줄 머리는 있는

그런 사람이 우리들의 장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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