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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비교하는 사람 상대하기

만족을 모르는 그대들에게

by 김먼지


재미있는 사실은 누군가와, 무언가와 늘 비교를 하는 사람은

비교를 당하는 사람의 심리를 모른다.

헤아리지 않는다.

본인은 그렇게 비교를 당해보지 않았을 확률이 큰데,

그런 사람들에게 참교육을 해주는 방법은


똑같이 되돌려주는 법이다.


거울치료라고 하던가?

심리학에도 있지 아마.


결혼 하기 전부터 며느리 자리가 성에 안 차는 걸 부단히도 티 내시던 시아버지.


결혼 전엔 남편에게 "환경차이가 많이 나는데 괜찮겠냐"부터

결혼식에 사돈 직업이 경비임을 친척들에게 말하지 말라 라던가

결혼 후에도 식사 자리에서 불쑥 남편 전여친 얘기를 하시거나


남편이 얼마나 잘나서 대단한지 칭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시다가

대뜸 이제 너도... 라고 하시면서 나의 직장을 까내리기 시작하셨다.


어느집 며느리는 교사고 어느집 며느리는 네이버에 다닌다.

어느집 며느리는 달에 얼마를 번다더라.


원래 가진 것 없는 우리집 가난을 나는 남편에게 모두 오픈한 상태여서,

딱히 가릴 것도 숨길 것도 없는 나여서 별로 타격은 없다.


그렇지만 나는 뒷끝이 짧은 편이 아니다.

내 뒷끝은 웃으면서 똑같이 해준다. 단, 법적인 테두리와 양심이 허용하는 선까지만.


4년제 나온 나와 2년제 남편을 못마땅해 하신 시아버지는 이제 내 친오빠와 내 여동생(큰엄마딸이지만 큰엄마가 20년 날 키우셔서 그냥 친동생)의 벌이에 이어 제부의 학력까지 물어보시길래,

"니 동생 결혼할 사람은 있어?"

"걘 학교 어디까지 나왔어?"

올것이 왔다, 며 그동안 하지 않던 이야기를 해드렸다. 굳이 묻지 않으니 할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들.


나에게는 사촌이 땅사면 배아프다는 이야기가 적용되지 않는다. 내 동생이 나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게 너무 좋거든.


"제부는 그냥 월급쟁이고 대학원 졸업했는데 막 많이 못 벌어요~ 그런데 동생이 백화점에서 월 900만원 벌이 하다가 힘들어해서 그만두라고 했어요. 동생 시댁에서 저번에 사시던 아파트 주셔서 인테리어 하고 들어가고,

이번 달에는 동생 카페라도 해보라고 2층짜리 상가 하나 사두셨다는데 이번주에 아마 땅보러 가나봐요~

거기 시부모님 두분다 아직도 일하시는데 두분이서 월천을 버시는데 보령에 사둔 천평인가 땅도 나중에 뭐 지으신다 했는데 기억이 안나네요. 하하."


그 날이후.

아버님은 나에게 지금까지도 동생이야기를 물어보지 않으신다.

그리고 나는 아버님을 조금 편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불현듯 [청담동살아요] 드라마에서 외제차 깨먹고 차키 던지던 여배우 생각이 나서

통쾌했다.


그저 나여서, 나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해주는 내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 덕분에,

나는 감히 누가 함부로 망가뜨리거나 밟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거진 10대부터 지금까지 20년을 걸려 쓴 것 같다.


늘 할머니에게 자라면서도 비교당하며 살아온 세월이 짧지 않아서

오히려 그 어린 시절이 단단한 나를 만들어준 것 같아서,

예전엔 꺼내만 놓아도 아프고 콕콕 찔러오던 시간들이

지금은 알짱알짱거려도 그 시절의 내가 대견하다.


잘 살아남았다.

잘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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