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새긴 빛
죽음이 어쩌면
끝
어둠과 슬픔 눈물
절망만을 주는 것 같지만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빛을 남기기도 한다.
떠나간 이의 부재가 퍽 심장을 움켜쥐고
남겨진 자들이
절망과 회한 그리움 죄책감같은
끈적한 감정들만을 가지고 산다면
그것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일테지.
그렇지만 나는 덕구의 죽음 뒤에
이상하게 간질간질한 빛을
가끔씩 터지는 울음 뒤에
이렇듯 따뜻한 불빛을 매일 밤 켜두게 되었다.
육신.내가 기대던 너의 뜨끈한 가슴팍.따뜻한 털과 까만 두눈 멋스러운 털은 니가 떠난 날 죽음과 함께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펑펑 우는 갑작스런 내 눈물은 난데없지만
가장 크게 남은 것은 내 눈물과 회한을 이긴
녀석이 무겁게 남겨주고 간 사랑.
남편과 나를 연결해주는 녀석과의 추억.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어떤 이상한. 부족한 내 언어력으로는 말로 형용이 불가능한 그 묘한 빛.
덕구가 남겨놓고 간 그 묘한 빛이
하나도 흐트러짐없이 나를 숨쉬게 하는 것 같다.
말은 못하지만 작은 몸짓 도톰한 앞발로
내곁을 지키던 맑은 영혼의 빛.
나에게 그 빛은 꺼지지 않는다.
죽음이라는 창은
마음에 새긴 빛을 절대 죽일 수 없다.
그 빛은 시작은 믿음으로,
가는 길은 의지와 다짐으로,
다양한 긍정의 사인들로 똘똘 뭉쳐
너에게 닿는 길을 비춰준다.
잘 지낼거란 믿음
어느것에 얽매임없이 훨훨 날아갈 다음 세상에의 믿음
너를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
그리고 다시 만나는 날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나의 의지와 다짐.
그렇게 살고 싶어 꿈꾸는 작은 기록들.
나쁜 머리로 잊지 않으려 애쓰는 지금 이 브런치까지.
사랑하는 것들이 떠난 후에도
이 빛들이 온전히 나를 살게 하고
나의 죽음 뒤에도
나를 사랑해준 이들을 온전히 살게 하길
그 길의 빛을
잠드는 순간까지 바라보다 잠든다.
깊은 밤
지친 밤
외롭고 생채기난 밤들
눈뜨고 싶지 않던 밤들마저
모두의 밤이 "그 언젠가"부터 빛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