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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같이 배우자고

그래서 배우자인걸까

by 김먼지


배우자.

配偶者


부부의 한쪽에서 본 다른 쪽.

" 남편 쪽에서는 아내를, 아내 쪽에서는 남편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진짜 뜻은


지지고 볶고 불과 물의 세계를 함께 동고동락한

두 인간이 서로가 서로를 배우고 있어서

죽을 때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자고

만나진 게 아닐까.


한참 남편이 이래저래 말썽을 피워

이혼유예각서를 쓰기로 한 뒤에

엄마 말이 와 닿았다.


윤상이가 사람을 죽였냐

니 아빠처럼 엄마를 허구헌날 돈 해오라고 때렸냐.


돈을 수십억을 날리고도 당당한 인간도 있는데

100만원 1000만원 장사하다 날릴 수 있다.


엄마 봐라.

숱하게 가게 보증금 바치고 100원도 못 돌려 받았어.


윤상이는 뭐라해도 니 옆에 있잖아.

엄마는 못 했지만

니넨 서로 살며 좋은 거 배우라고

그러라고 배우자 인거야.


엄마 말을 듣고 보니


내가 요즘 겪는 나르 직장동료조차

미움이 사라졌다.


언제 또 나를 공격할지 모르지만


오히려 내가 나르와 에코를 배우고

공감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는

남편의 특징을 배우고

싸우지 않고 저녁을 사이좋게 먹는 대화법을 배우고


그 작은 시시콜콜한 것들을 배우고 난 뒤에는

마법처럼 없어지는 내 두통과 눈물이

사람의 뇌가 문제인걸까

가슴이 문제인걸까.


오늘도 또 하나 배운다.

내일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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