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에게는 벌일 수도 있지만.
게으른 나를 일으키는 건 시계 속 무심하게 흐르는
시침 분침이 가리키는 숫자 아닐까.
시간이 약이다
라는 말을 어느 종교보다 믿는다.
시간도 결국
숫자로 머무는 찰나의 연속이고 흐름.
따지고보면 1분 1시간 1일 1년을 셈하는 행위 자체가
숫자로 지난 찰나들을 더해 생긴 것에 불과하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차별없이 모든 이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유일한 것일 것이다.
헤어진 남친때문에 이불킥할 상황을 무수히 만들며
오빠 얼굴 너무 보고싶다고 펑펑 울다가 술이 떡이 돼
후배들한테 끌려가서 동아리방에 강제감금되던 날도
시간이 흘러 1달 2달이 지나면 어느새 친구들과 깔깔 웃는 날도 생긴다.
신용불량자가 되어 아빠 도박빚에 이 빚 저 빚 감당못하고 친오빠 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다 오빠까지 신용불량자를 만들었던 엄마는 이제 아들과 딸의 살림밑천을 좋은 것으로 장만해줄 만큼 능력있는 사장님이 되었다.
물론 아빠는 엄마와 이혼 후에도 여전히 노름과 사설게임방에 빠져살지만.
세상 다정한 아빠인 줄 알고 믿어온 시간이 지나고 엄마의 가정폭력과 아빠의 직계가족을 비롯한 방계친족들에게까지 뻗친 착취가 드러난 후에 나는 아빠를 끊어냈다.
벌써 5년째이고 사실 가슴에 얹은 돌은 그대로 있지만
그 돌리 내 혈관이나 요관을 위협하지 못하게 잘게 쪼갠 상태라고 봐야겠다.
어쩌면 나르시시스트인 할머니 밑에서 골든차일드(살인을 해도 정당화될 만큼 과하게 편애를 받는 자식) 로 자라 큰아빠와 고모를 속으로 비웃으며 살았을 아빠를 불쌍하게 여기기보다는
큰아빠의 돈을 아무렇지 않게 갖다 쓰고도 한번도 제대로 갚지 않은 그 뻔뻔함과 엄마도 모자라 나와 오빠에게까지 올린 손을 생각하면
나의 아버지가 원망스러운 적도 많다.
그런데 그를 바꾸려고 하는 것 자체가 나의 오만이고 자만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그런 당신도 어디선가 잘 살길 바라지만
늘 고모집에 가서 자식 욕을 하기 바쁜(애새끼들이 지 아빠 용돈도 줄 줄 모른다 그거 사업자 하나 내주는게 뭐 힘드냐 등 ) 그라서
그냥 큰아빠집에 안 오는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큰아빠를 여러번 착취하려다 실패하니 이제 큰아빠집에도 안온지 1년. 고모집에서 돈을 꾸다가 고모에게서도 돈이 안 나오니 발길을 끊었다나.
그냥 잘 살든 못 살든 나를 묶어두고 살아온 시간 속에서 딸로서 노릇을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고 나니
후회가 없다.
아빠가 당장 오늘 죽어도 후회없을만큼.
교통사고로 아버지 상을 치른 친한 친구가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은 적이 있다.
아버지랑 연락 끊고 산 거 자신은 조금 더 잘해줄걸,하고 후회했어서 나는 안 그랬으면 해서 말하는거라고ㅡ
나는 짧지 않게 대답했다.
내 인생만 망가뜨리려 했다면 그냥 용서가 될지 모르겠다. 내 아빠니까 하고 말이야.
그런데 아빠는 염치없이 너무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망가뜨렸어.
그래놓고 죗값도 안받고 뻔뻔하게 사는 꼴은 너무 못보나봐 내가.
그냥 자식들한테라도 그 벌 받으라고 하는거야 나는.
그 착한 큰아빠 형 대접도 안하면서 수십년동안 돈 몇억을 뜯어가놓고도 뻔뻔하게 손벌리러 오는 거 보면
아빠는 사람 아니야 나한테 이제.
친구는 더이상 말을 잇지 않고
우리는 주제를 바꿔 신나게 떠들다가 헤어졌다.
소중한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보내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나를 망가뜨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는다.
나를 세우고 단단하게 하는 것들에 집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