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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아니라니까 참

국뽕은 됐어요

by 김먼지


남편이 어제 흥미로운 얘기를 해줬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나라라고.


어느 나라도 개도국이 선진국 대열에 낀 나라가 우리 말고는 없다는거다.


그리고 대만이 우리나라보다 잘 산다는 사실에 꽤 놀라워했다.


대만여행을 할 때 그곳 사람들이 영어를 꽤 하는 것도 외부가 낡았지만 내부를 깔끔하게 하고 산다는 것도

길을 잃은 외국인에게 30분 거리를 걸어 친절하게 데려다주는 것도

너무 좋은 추억인 나에게

남편은 가보지 않은 대만이 중화권 국가이니 당연히 어딘가 미개한 부분이 많을거라는 선입견을 가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해준 대만 얘기에 적잖이 놀랐다.

육식맨 유튜브를 보면서 대만 식문화도 많이 깨우친듯?하다.

(생각보다 대만 음식이 다양하고 특히 디저트가 넘사라는 걸 몰랐단다)

선진국의 기준이 경제적인 소득이나 인프라 등만 보는거라면 맞겠지만

거기에 국민의식 사회적인 통합수준까지 봐야하지 않을까.


OECD 가입국이지만 20년가까이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나라가

과연 선진국일까.


딥페이크나 아동성범죄율이 치솟고 돈을 노린 직계존비속 살인에 일가족 자살이 심심치않게 발견되는 이 나라가


정치인과 언론의 입김에 종이인형처럼 펄럭거리며 팩트체크없이 하염없이 나부끼는

남녀갈등과 노소갈등이 극에 치닫는 작금의 우리나라가

정말 선진국이 맞을까.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이어 이번에는 국가정보관리원 화재로 대전 본원은 백업도 없이 정부전산서비스망이 마비됨을 알린다.

우체국 예금과 보험 이용자인 나는 지켜봐야하겠지.


SK에 이은 롯데카드와 KT개인정보유출 사례

SPC의 두번이나 일어난 공장노동자 사고

대형건설사의 산업재해사고와 끝없는 로비

부동산재벌들의 전세사기

보이스피싱범들의 끝없는 갈취

정치인과 종교인과의 더러운 야합


어디가

선진국의 모습이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슈카가 나선 저출산특집 다큐로 EBS방송이 잠깐 나왔을 때 그는 어느 한일부부를 인터뷰했다.

거기서 생각보다 일본의 출산율이 올라가있음에 놀랐다.


인구유지에 필요한 출산율이 2가 넘는데

우리는1도 되지 않는다.0.72?

나 역시 딩크10년차이니 여기에 일조하고 있지만


중요한 게 머리수만 많다고 해결될 게 아닌데

그냥 닥치는대로 세수만 많아지면 된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돈으로 유인해서 낳게 한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양육과 교육 훈육을 해주지 못한 채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후에

끔찍한 미래를 일부 부모들이 생각하지 않는다.


국영수만 터지게 가르쳐서 의치수를 보내든지 법대를 보내려한다.

시작은 "나는 이렇게 살지만 내 아이는 다르게 살아야해" 라는 좋은 의도지만

어딘지 뒤틀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자신의 인생도 가족과 사회관계망에도 구멍을 내놓는다.

(대학중퇴인 아버지 역시 할머니가 만들어놓은 괴물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동기A의 아이는 아이큐가 132라서 초5가 12월부터 중3수학을 시작한다고 하지만

정작 회피성 성향으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자기표현이나 긍정적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


아이보는 앞에서 박터지게 소리지르며 싸우는 또다른 동기 B도

6살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가야하기 때문에 한글도 틀리는 와중에 무리해서 학세권 아파트로 빚을 늘려 이사를 준비한다.


미술천재로 미대입시를 하는 동기C의 아이는

숙제를 먼저 끝내면 선물을 사러 가겠다는 아빠에게 입좀 다물고 있으라는 말을 웃으며 건네는데

아무도 혼내지 않는다.


내 아이 기죽이지말라는 나라가

남에게 폐끼치지 말라는 나라보다

나을 리가 있을까.

내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달리면

내 아이가 넘어지니 뛰지 말라는 나라가

옆사람에 피해가 가니 뛰지말라는 나라보다

나아질거라는 기대 자체가

멍청한 생각이 아니겠는가.


지금의 이 학구열에 데여 자란 세대가

이 방법들이 과연 아이에게 옳았는지를 보려면

적어도 10년이상은 지나야 안다.


이제 자살률 증가와 성범죄율 증가 등이 중학생이 아닌 초등학생에서 집계되는 사실에

흐린 눈으로 봐선 안된다.


내 장기가 썩어가고 있는데

겉을 화려하게 치장하고 명품을 걸쳐입고 다닌들,

내 생명이 길어질 리가 없다.


대한민국의 골든타임은 어쩌면

지나버렸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만든 덫에

우리가 걸려 허우적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는 않아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아이를 그냥 지켜봐준다."

다큐 속 일본인 아이엄마는 일침을 날렸다.

이 말은 딩크였다가 최근 아이를 낳아 잘 키우고 있는

또다른 친구D 역시 했던 말이다.

대학교수도 모자라 직장 상사에게까지 내 아이의 평가를 인정하지 못하고 따지러 가는 부모들의 나라가 건강하길 바라는 건 아이러니다.

그런 점에서 D나 저 일본인이 키우는 아이의 세상은 조금 다를 거라는 기대도 있다.


적당한 좌절과 실패와 거절 결핍을 가르치지 못하고

자기만 배려받고 자라느라 남을 배려하는 방법을 모른채 성인이 되기도 전에

어쩌면 괴물과 그 제물이 되는 아이들의 나라.


나는 바로 서지 못하고 내 안의 나를 망가뜨려놓고

내 아이가 올바로 자라기를 바라는 나라.

선진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이제 오은영해법보다 매운맛 조선미해법처럼

아파도 똑바로 상처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


40대 남성 자살율은 여성보다 2배높다고 한다.

특히 사망원인 1위였던 암을 제치고 자살이 사망원인 1위라고도 한다.


그놈의 지겨운 K-수식어 그만 붙이고

진짜 중요한 코리안 살리기부터 해줬으면 좋겠다.

퍼주기 눈가리고 아웅 현금대책말고

다치는 게 겁나서 밖으로 안 돌리려는 생각말고

마음껏 넘어져도 우리가 뒤에 있으니

운동화끈 꽉 매고 달려보라는 그런

든든한 나라를 갖고싶다.


"헬조선을 뜨길 잘했다"는 캐나다영주권 나온 친구 E에게

야 그래도 우리나라 살아서 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는 말을 해보고싶다.

한국 뜬 사람들이 이 정도면 한국 뜬 거 후회된다는 정도로 나올만큼 한국의 매력과 강점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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