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구가 꿈에 나온 이유

도가니국밥 먹으려고

by 김먼지


늘 꿈에 나와도 달리고 있거나

등돌리고 뭘 파헤치고 있는 니가

불러도 안쳐다보던 니가

오늘 새벽에 이상하게 가만히 앉아서

쳐다보고 있다 했다.


아차차.

어제 복구랑 먹은 도가니가 먹고 싶었어?

생각이 들게

가만히 복구가 먹고 간 빈 그릇 앞에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코를 대고 여기저기 도가니를 찾는 듯.

그래도 없으니

그 까맣고 촉촉한 눈으로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엄마가 밤에 따끈하게 끓여줄게 와서 먹구 가."


남편이 저녁에 만들어준 우유리조또와 함께

양치껌 코코넛 브라이트오까지 작게 한상차림


이게 그렇게 먹고싶었냐

뜨거울 때 국자로 퍼담고

복구보다 늘 욕심껏 먹던 식성을 그대로 살려서

푸짐하게 큰 덩어리로

그리고 국물을 더 좋아하던 너를 위해

국물을 자작하게.

오늘 추운데 뜨끈하게 한그릇 먹고 가.

엄마아빠도 하나씩 먹은 감기약이랑 유산균

넌 또 밥먹고 나면 공차야 되니까 꼭 다놀고 잠잘때

한 포 먹고 자면 슬개골 낫는 데에도 좋겠지.?

독감 조심해야돼. 넌 주사 엄청 무서워하잖아


하늘나라는 또 주사가 없을거라구.

아픈 데 없으려나 천국은 아픔이 없는 곳이라?

엄만 그래도 걱정염려증 중증환자니까 이 정도는

봐줘라.


항상 와달라는 건 내 욕심이니까

그냥 이렇게 지금처럼

먹고싶은 거 생기면

쉬어갈 때 언제든 오라고.

꿈에 나와주는 것도

퍽 괜찮지 싶다.

아직도 펑펑 우는 날이 가끔 있지만

그래도 대체로는 녀석을 기억하며 웃는 날이 많아.

다행이다 싶다.


돈으로 내 노력이나 빌린 권력같은 것들로는

절대 얻지 못할

너와의 너무 햇살같았던 추억들이

이 추운 겨울을 지나게 하지 않겠느냐고


비록 같이 살아남아 여기 오지는 못했어도

축구왕 김덕구는 여기저기 원정축구단으로 떠돌며

들개살이도 해보고 그렇게 좋아하는 환삼덩굴도

마음껏 뜯어먹으면서 어딘가에

다른 생으로 어쩌면 그리 좋아하던 고양이로

다시 피어나 살아가고 있지 않겠느냐고

그래도 간밤 꿈으로 올 때에는

그 말썽쟁이 흑시바로 올 것 같아 기다리는 나.


눈물이 나서 옆을 훔치면

흐드러지게 여기저기 다 피어나있는 환삼덩굴만 보면

이녀석 여기도 점령했느냐며

우리가 이사온 집 니가 안와봐 못찾아올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부디 다음 생이 허락한다면

그때는 한번 더 만나지기를 바래.

몰라줬던 마음까지 다 전해질 수 있게

더 많이 사랑해줄게.

불날 걱정없이 캄캄한 밤도 밝히는 스톤 위 촛불이 좋다.

고마운 존재.

세상에 다시 없을 나의 또다른 세상.

우주 속 먼지가 느낀 거대한 너라는 우주.

그 가운데

너는 내 가장 그리운 지구니까.


오늘도 내일도

살아서도 죽어서도

그립고 사랑하며 기다릴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잠든 모습을 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