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새벽3시에 잠안오는 이불 속

나약한 직장인이야기

by 김먼지


이제 자야지
하는데
잠이 안온다.

빨리 쓰러지듯 잠들어야
체력보충하고 아침에 일어날텐데

입사 이틀째인데
벌써 해이해지는 이 밑바닥 정신력......


원래 지원한 지점이 아닌 다른 지점이라서 매력도가 떨어졌던 건 사실이지만

새 지점이라 모든 게 바닥부터라는 사실이 꽤 두려워 그런 것 같다.

진두지휘할 우두머리가 아직도 채용중이고

경력자는 다음주 출근이고

쌩신입인 나랑 다른 신입 둘이서 큰 산을 오르고 있는 기분이다.


이미 잡플래닛 리뷰로 생생하게 최악의 리뷰만 골라서 봤기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빨리 경험쌓을 생각만 하고 들어온건데

생계형 취업인 나에게는 다시 백수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은 긴 터널을 또 지나야 하는거라서

겁이 많아진 건가.

코피쏟고 위경련에 구토까지 하며 야근하던 새벽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 내 마인드는

아니 의지박약.

의지박약에 최고의 명약은 기안84지.

극한84 프랑스마라톤을 유튜브로 보고

기안이 자학한 것처럼

나도 자학해본다.

으이구 나약한 새끼...


엄마는 정수기도 없는 데서 무슨 일을 하냐고

사람이 물은 먹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며

직원들 대하는 걸 보면 알만한 회사라며 욕을 한바가지 하는데

그래도 뭐가 갖춰지면 괜찮겠지 해본다.


작심삼일이다.
작심삼일밖에 못하는 사람은
작심삼일×2번 하고 또 하라고
유튜브에서 누가 그랬다.

그래 그럼 이번달은 작심삼일×10

그러다가 작심삼일×100
하면 2026년도 끝나겠지.?

뇌 조종중

.

.

.

아직 사무실에 정수기가 없어서(설치예정)

뜨거운 물을 집에서 가져가야한다.

텀블러를 씻을 세제와 수세미도 챙겨보고

제공된 노트북에 쓸 마우스도 서랍장에서 꺼내는데

남편이 웃으며 지나가며 뼈를 때린다.

"그런 것까지 가져가야 해? 어제도 뭐 한보따리 싸가더니(사무용품들) 진짜 거기 짜치네.."

"응 여기 새 지점이야 아무것도 없어..ㅠ."


그래도 사무실은 깨끗하잖아 하며 웃어보이고는

심각하게 다짐을 해본다.
내일은 텀블러 2개로 버틴다!!!!!!!



다음주는 친구보러 대구간다고
시간대가 맞는 게 다 매진이라 늦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친구가 보고싶어서
비싼 ktx티켓도 특실로 끊었다.
무조건 이번에 다녀와야
올해 또 하나의 살아가는 힘을 비축할 수 있지.
에너지는 소진된다.
그러나 그 소진된 에너지에는
더해지는 행복이 차오르는 감사가,따스함이 배가 되어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다음을 살아지게 한다고

나에게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친구가 불이랬다.

나같이 나약한 초롱불에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주는

든든한 지원군.


일자리가 있어서
아무리 악조건이어도
일단 내가 일어나 갈 곳이
그리고 돌아올 곳이
편안하게 몸을 쉬게 하는 저녁의 삶이
적어도 내게 수고했다 토닥여주는 남편이
첫출근 어땠냐고 물어봐주는 친구가
한달뒤에도 정수기 안달아주면 퇴사하라는 엄마목소리가

힘이 되고 웃음이 난다.

오늘도 아자아자
그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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