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풍비닐보다 더 효과좋은

추운 겨울 내 마음 온도 뎁히는 온기들

by 김먼지



사람이고 자연이고 공기가 숨쉬는

틈은 필요하지만


이 추운 겨울 그 틈 사이로 파고드는

강추위는 우리를 얼게 한다.

멈추게 한다.


남편이 얼마나 무딘 사람인가 HSP테스트 5개로는

어림도 없이 본인이 감기인지 몸살인지 몰라

잠만 자고 있으면 그게 감기고 독감인지

열이 펄펄 끓어 해열제를 들이부은 후에야 아는 양반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의 숨소리로 이 친구가

감기인지

근육통인지

더운지

추운지

숙면 중인지를 안다.


지난달부터 꾸준히 추워하는데 자꾸 잘 만하다는 그의 침실인 안방을 그가 없을 때 찾아보니 가관입니다.


이전 집주인 아주머니가 숨기고 싶어했던 샷시 틈.


아래로 내려갈 수록 벌어져서 찬바람이 슝슝 들어오고

거실 베란다는 아예 한 뼘이 샷시가 모자라게 시공이 되어 그냥 야외 날씨랑 똑같은 찬 공기를 내뿜고 있었다.


아.

속았다.

그렇지만 망연자실하고 있을 시간이 없지.

그 사이에 내 남편과 내가 감기로 골골송 부르다 예전처럼 24시 링겔맞는 사태가 생길지 모른다.


움직임은 빠르게

그러나 정확하게.

남편자는 안방과 거실 베란다에 방풍비닐을 붙여주니

온도차가 확실하게 느껴진다.

2시간 30분 작업 끝에 동생부부와 친구부부도 놀러와 우풍없이 잠을 청했고

사랑스러운 주말을 모두 보내고 돌아간 지금이

나의 평화로운 겨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집에만 오면 감기걸려 나가던 손님들이

이제 우리집 따뜻하다고 반팔입고 자고 일어나는 모습

남편의 이불 밖으로 나온 다리와 웅크리고 춥게 자던 애벌래같던 몸이 소금쟁이처럼 퍼진 모습을 보니

그리고 드르릉 거리면서 편안히 자는 소리를 들으니

안심이 된다.

이제 거실에 누워서 갈 생각 안하는 마지막손님.

더 웃긴 건

거실에 비닐치기 전에는 늘 코가 춥다며

작은방 들어가 주무시던 단골숙박객님이


이제는 거실에서 나와 같이 동침을 하게 됐다는 것.


전기장판 위를 뺏겼지만

그리 분하지는 않다.

그냥 아랫목을 내주고

같이 온기를 느끼는 새벽이 감사할 뿐이다.


추위를 빌미삼아 우리집에 들어온 찬바람

방풍비닐로 부랴부랴 막아놓고 보니

내 마음 속 온도를 늘 지켜주전 건

이 비닐이 아니라

온전히 나와 같은 공간 안에서 어쩌면 시간 속에서

함께 숨쉬고

함께 잠드는

내 고마운 사람들과 편안한 이 냄새와 조명

잠들기 전 새벽의 달콤함

잔잔한 냉장고 모터소리

전기장판의 윙 돌아가는 소리

노오란 주방베란다 불빛까지.

어느 것 하나 나를 뎁히고 있지않은 것이 없었다.

내 핫팩보다 뜨끈한 존재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나를 살아있게 하는 모든 것들에는

온기가 있다.


그 온기로

오늘을

그리고 다가올 내일을 버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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