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놓고 1시간 야근하며 싹튼 동료애
교육이 많은데
내용도 방대해
교육 중에 일터지기는 일쑤고
실무 투입은 번개처럼 빠르다.
직원의 역량을 체크한다기보다는
주입식 교육 후 시험보는 방식의 옛방식을 고집한다.
못따라오는 놈은 지도교육이 아니라
두고가는 회사 스타일이라서
못따라가는 나는 아침 1시간 일찍 출근을 하고
저녁 1시간 늦게 퇴근을 했다.
"아니 니가 이제 5일 배워서 완벽하게 할 줄 알면 그게 신이지 인간임?"
"잘 생각해 지금이 도망칠 타이밍이야."
"언니 그냥 나랑 장사나 하자."
파워 N인 나는 애써 교육자료에 없는 갖가지 질문을 퍼붓다가 내 업무보고를 늦게 썼다.
상담을 받으러 찾아올 20초중반의 눈높이에서
사회생활 처음하는 20대 초반에서 할 수 있는 질문들을
교육팀장님은 웃으며 한마디로 끝낸다.
"매뉴얼에 있는데 못 보셨어요?"
음.
그러게 말이다. 그 매뉴얼이 도대체 왜 파일만 10개가 넘어야 되는걸까.
이전 버전자료인지 최신 버전인지조차 체크가 안되는 여기저기서 네이트온으로 날려주는 10개가 넘는 교육자료를 가지고 지점 팀장도 없이 신입 둘이 머리맞대며 굴려가야 하는 이 회사에 드디어 다행히도 CCTV와 정수기가 설치되었다. 이제 텀블러는 안 가지고 다녀도 되는 게 너무 행복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개인 회사 대표는 직원의 동의없이 음성녹취만 안하면 cctv설치가 자유인가보다.
그래도 기분은 나쁘다.
감시용이 아니라지만 지나치게 감시용같은 느낌.
모든 건 수직적인 소통방식이라 설치팀 한번 오는 걸 미리 고지받을 수도, 자율적으로 필요한 비품을 먼저 사고 영수증을 청구하거나 정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가끔은 이런 수직체계가 매우 효율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는데 이 체계의 목적이 단순히 윗선들만의 편의만을 위해 제공되어야 하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만족할 수준의 경력을 쌓은 이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이 회사를 떠나는 거라고
열심히 잡땡땡닛에서는 알려주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는 앞으로도 없을거라 기대는 없다.
21개월 경력이 있는 옆 동료는 진짜 너무 복잡한데 어린 아이 감독하듯 시뮬레이션까지 돌리는 상담실무교육방식에 치를 떨었다.
우리 남편과 같은 IS과이신 듯 하다.
군더더기가 없고 일처리가 정확하다.
불합리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말많음 역시 좋아하지 않지만
찐으로 웃으면 제대로 터져서
웃는 얼굴이 매력적인 조곤조곤 교수님타입 동료.
역경을 같이 보내다보니
우리는 분명 안 친한데
친해지는 중이다.
이런 게 동료애인가.
오늘도 업무보고에 진심인 나를 안쓰럽게 보던 그녀는
홀가분하게 먼저 떠났다.
나도 빨리 떠나야겠다.
우리에게 혼신의 교육을 하느라
정작 본인 업무를 끝내지 못해 남아있을
똑부러지는 교육팀장님에게는
조금 고맙고 미안한데
내 알 바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자꾸만 더 빨리 배우려 더 많이 알려 하는
그러다가 두통약을 찾는
고약한 버릇을 가진 내 뇌를
얼음 가득 채운 아이스냉동고에
얼려버리고싶다.
내일도 1시간 먼저 가야지.
제길. 빨리 집에 도착하고싶다.
내일은 제일 먼저 출근해서
꼭 뜨거운 코코아를 타먹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