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삶을 위해

공원으로 나가다

by 김먼지




자연이 빠진 인간의 삶이

얼마나 황폐할 지에 대해 생각해볼 엄두조차 나지않는다.


그래서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공원이 자리한다.




며칠전 인계동 핫플레이스라는 곳을 소개받아 만난

월화원이라는 곳이 있다.


이미 아는 내용인데도 새롭게 들리는 마법.


"우리 다음에 더 행복해져서 만나요."


몇십년을 알고도 소모적인 관계가 있는가 하면

누군가를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에너지가 마구 생기는 그런 신기한 관계가 있다.


서로의 힘듦을 나누고 나서

그것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끝내지 않고

우리는 더 나은 것으로 만들려 한다.


내가 원하는 삶을 위해

내가 선택하는 것들을 살피고

내가 나로서 살아있는 행복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


알을 깨려고,

틀을 깨려고

판을 흔들려고 한다.


서로를 응원하며 헤어짐 뒤에

다시 만났을 때의 우리의 발전을

감히 기대해본다.


"우울함이 정신을 지배해버린 사람은

사계절이 변함을 눈치채지 못한대요.

덥고 추움도 모르고, 주변에 꽃이 피는지, 노을이 예쁜지 알지 못해요.

그냥 그게 왠지 d님이랑 나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에요."


마음이 힘든 사람이 있다면

이 월화원을 조용히 거닐어 보는 걸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다.


퇴사 전까지 회사와 힘들고 남편과 힘들고 모든 관계에 소모감이 너무 커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기 싫던 내가

이 곳 월화원에서 엄청난 힐링을 받았다.


"요즘 서울 친구들도 서울숲 안가고 이쪽 많이 놀러다녀요~ 저는 여기 진짜 매일 온 적도 있어요.

앉아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힐링되거든요."

"와...저도 지금 힐링중이요. 진짜 d님 덕에 여길 왔어 내가.. 너무 좋다 여기. 우리 만날 때 앞으로 여기서만 만납시다. 헷."


촬영스텝이었다는 d는 음향전문가다. 남들보다 오감이 발달한 탓에 본인이 너무 예민한 걸 걱정하는 그녀에게 나는 그 오감 때문에 분명히 더 전문적인 감이 발달한 것일테니 활용하는 방법을 여러가지로 찾아보라고 했다.


"그거 아세요? 바람에 냄새가 다 다르다는거? 저는 그걸 느껴요."

d의 말에 나도 깜짝 놀랐다.

엇.

"어? 저 그 새벽이랑 노을 질 때 냄새. 사계절 부는 바람 냄새. 그런거 다 다른 거 늘 느껴서 남편한테 말하면 엥 그랬는데.. 헐 처음 봤다 나랑 같은 생각한사람."


진짜 많이 놀랐다.

이 사람 정말 향에 민감할 만 하구나 싶다. 그리고 멋있었다.

자신의 예민함을 걱정하지만 사실은 그녀가 그 예민함 때문에 더 돋보인다는 걸 그녀는 알까.


분명히 내 소유도 아니고

내가 가질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닌

자연을 나름의 방식으로 펼쳐놓은 거대한 전시회같은 효원공원의 월화원에 빠져버렸다.


6년동안 사랑으로 키워오던 덕구가 죽었을 때,

나를 가장 많이 위로해주던 곳 역시 집보다도 도자공원이었다.

나는 어쩌면 내 인생 곳곳에서 만나는 공원이라는 공간, 그 풍경과 냄새들을 통해서

위안을 얻고

평안을 얻고

살아갈 힘을 얻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어느 동네를 가던지 주변 공원을 자꾸만 거닐고 싶다.

그곳을 거닐던 걸음으로

그곳을 바라보고 담아놓은 내 마음으로

내 삶이 풍요로워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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