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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먼지 Nov 20. 2023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얼마를 주든지 팔지 못하는 게 있다면

돈으로 안되는 일은

돈을 더 주면 된다.


남편이 장사를 하면서 수많은 땅부자들의 돈놀음 이야기와 번지르르한 무용담들을 듣고 나서는 나와 세차를 하며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래?정말 돈이면 다 되는거라고?"

"그래보이지 않아?살인도, 마약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범죄에 눈하나 깜짝안하는 게 우리 인간들인데... 돈 액수가 크면 사고회로도 정지될만큼 본능에 충실하지 않을까."

이 남자에게는 돈이 없는 우리여서, 우리가 돈이 많아본 적이 없어서 그 돈의 가치를 가늠하지 못할 뿐이라 여기는 본인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할 에너지가 생기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오늘 너의 뇌를 박살내주지.


나는 가정법을 시작한다.

"나를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가 여보한테 100억을 줄테니 와이프를 달라고 하면 줄 수 있어?"

남편은 이놈의 엔프피(ENFP)또 시작이냐는 눈초리로 나를 가만히 쳐다본다.

나도 가만히 쳐다본다.

8년차 남편에 충실한 그는 한손에 담배갑을 들고서, 답을 생각하더니

"아니.안돼."

흥 그렇지 니가 나같은 와이프를 어디ㅅ....

자만했던 것도 잠시,

"1조는 줘야지."

"야이 개...."

그래 이게 너다. 또 약올리려고 큰 입이 귀에 걸리고 있다.

"농담이야. 널 누굴 줘.안돼지."

"그럼 개는?복구를 1조를 준대."

"웃기지마. 아무데도 안보내."

복구 이야기에는 나를 판다는 이야기를 할 때보다 더 서늘한 표정으로 말하는 그가, 안심이 되면서도 서운하다.

아 이 녀석, [사람 < 동물] 기질의 잇팁(ISTP)이었지...


남들이 보면 미친년놈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만큼 강아지 두마리가 우리 두 사람에게는

자식 그 이상의

전우이고, 가족이고, 멘토인 존재로 영원히 각인되어 있다.

서로 신혼 때 안맞아 싸우고 이혼위기가 왔을 때도 두 녀석덕분에 안 헤어지고,

가게일로 의견대립이 팽팽하다가 큰 싸움이 나도 강아지산책 때문에 걸으며 이야기하다 풀린다.


강아지를 그냥 상품으로 여겨서 가정분양을 하려고 무리하게 교미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서 싫다는 개가 주인을 물고, 파양된다.

한번 파양된 개는 떠돌고 떠돌고 떠돌다가 외롭게 세상을 뜨기도 한다.


왜 사람의 잘못으로, 개가 죽어나가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10세 미만의 어린아이가 아파트단지 고층에사 던진 돌에 아파트 단지를 걷던 70대 남성이 맞아 사망한 기사가 났다.


그렇게 죄가 없는 사람이

죄를 짓고 있는지도 모르는 어린 아이에게

허무하게 죽고 나서도 죗값을 치르지 않게 될 때

어마어마한 보상금이면 그 유가족에게 위로가 될까.

나는 저 꼬마가 내 남편과 복구를 저렇게 죽였다면

똑같이 저질러버렸을 것 같다.


이 복수심에 눈이 먼 공포스러운 마인드도

세상엔 돈이 다가 아니라는 <증거>로,

이미 복구와 함께 증명이 됐다.


가족

건강(질병)

반려동물

내 꿈

처음 하는 모든 기억들

소중한 인연들

모두 돈을 몇십조를 준다며 바꾸자 한들 소용이 없을것같다.


수십조가 찾아왔다 서운해서 돌아갈만큼

딱히 돈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 그와 나라서,

그런 우리에게 복구가 덕구가 기적처럼 우리 가족이 된 게

새삼 너무 감사하고, 덕구의 죽음마저도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되어간다.

돈으로 살 수 없는 1. 미친년과 그의 가여운 남편들끼리 연대하는 우정, 정, 신뢰와 환락(?)
돈으로 살 수 없는 예 2. 부모님 생일에 더 못챙겨드려 미안한마음
돈으로 살 수 없는 3. 털복숭이 친구들의 한결같은 고집과 무한한 신뢰.

오늘은 또 무슨 페이지를 개시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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