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아내를 무기력함에서 구출하라
회사에서 2020년 12월 말까지 휴직처리를 해 준 덕택에 무려 6개월이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이와 동시에 6개월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시작됐다.
하지만 그 고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은 아내의 심신을 회복시키는 것이었다. 장모님이 그렇게 되신 이후 큰 충격을 받은 아내는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모든 일에 의욕을 잃은 아내는 무기력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자기야. 우리 동네 산책을 해볼까?"
"갑자기 동네산책은 왜?"
"힘들고 지친다고 마냥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기보다 바람도 쐬고 동네 구경도 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그래."
"그럼 해볼까?"
그렇게 우리는 산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30분으로 시작해 조금씩 시간을 늘려갔다. 낮에 여유가 생기거나 저녁 식사를 마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 걸었다. 억지로 끌려 나오는 것 같았던 아내도 시간이 지나면서 걷기에 흥미를 보이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네산책으로 시작한 우리의 걷기도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했다. 우선 걷는 범위가 넓어졌고 시간도 길어졌다.
용왕산과 매봉산 등 집 근처의 낮은 산에서부터 안양천길, 한강시민공원, 서대문구 안산 둘레길, 난지 하늘공원, 인왕산 등산 등으로 확대됐다.
그렇게 걷는 시간이 길어지고 범위가 넓어지면서 아내의 얼굴에도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자신을 둘러싼 답답한 상황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탈출구가 필요했던 아내에게 '걷기'라는 활력소가 생긴 듯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오빠, 한양도성 스탬프투어라는 게 있는데 그거 한 번 해볼래?"
"그게 뭔대?"
"서울에 있는 4개의 성곽길을 걷는다고 하는데 완주하면 배지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
"무조건 해야지!"
아내가 이렇게 의욕을 가지고 무언가를 해보자고 한 게 얼마 만인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단 한양도성 스탬프투어에 대한 사전조사가 필요했다.
한양도성 스탬프투어는 1코스 백악구간(창의문~혜화문), 2코스 낙산구간(혜화문~광희문), 3코스 남산구간(광희문~숭례문), 4코스 인왕산구간(숭례문~창의문) 등 모두 4개코스로 이뤄져 있으며 총길이는 18.6km다.
말바위안내소(백악구간), 흥인지문(낙산구간), 숭례문(남산구간), 돈의문박물관마을(인왕산구간) 등 각 구간마다 스탬프를 찍는 장소가 있고, 4개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완주기념배지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스탬프북은 서울시청에서 받으면 된다.
한양도성 스탬프투어에 대한 사전조사를 끝내고 완주기념배지 획득을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4주에 걸쳐 4개 코스를 완주하자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 부부는 2코스 낙산구간을 시작으로 1코스와 4코스를 거쳐 3코스 남산구간의 도착지점인 숭례문에서 한양도성 스탬프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장모님이 쓰러지신 이후 아내와 내가 함께 목표를 세워 첫 번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자기야, 걷기도 좋은데 몸에 근육이 생기면 더 좋지 않을까?"
걷기를 시작하면서 바닥났던 아내의 체력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문제는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아내의 몸이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에 근육이 부족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규칙적인 근력 운동을 통해 근육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헬스장을 다니자는 거야?"
"단순히 헬스장을 다니자는 게 아니고 자기의 몸 상태를 정확히 분석한 다음 그에 맞는 운동을 했으면 하자는 거지."
"아~~퍼스널트레이닝을 말하는 거구나?"
"맞아. 퍼스널트레이닝을 하면 자기한테 맞는 운동프로그램을 짜주지 않겠어? 그러면 지금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거 같아."
"좋아. 그럼 해보자"
아내가 동의하자마자 집 근처 여러 곳의 헬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일단 집과 가까워야 빠지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내의 지금 상태는 어떤지, 어떻게 운동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이지 꼼꼼하게 체크를 했다.
그리고 우리 부부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은 곳을 선택해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 엄청 힘들어했던 아내가 시간이 지날수록 운동프로그램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몸에도 없던 근육들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열심히 운동 중이다.
걱정과 근심 불안이 가득했던 아내도 걷기와 운동을 하면서 건강은 물론 차츰 마음의 안정을 찾아갔다. 아내의 심신 회복을 위한 나만의 프로젝트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