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휴식을 동시에...우리 만의 역사서를 만들다

06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다

by 쫑무다리

장인어른께서는 30여년 간 기계부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해 납품하는 회사를 운영하셨다.


회사의 주된 업무는 각종 기계 장비들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부품들을 제작하는 일이었다. 거래처에서 자신들이 운용하는 기계에 들어갈 부품에 대한 제작을 의뢰하면 그것을 제작해 직접 납품을 하면 됐다.


문과 출신에 법학과를 졸업했고,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생소한 분야였다. 하지만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장인어른과 장모님 아내가 회사의 운영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 놓아서 초짜임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습득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무시하지 않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주셔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었다. 가끔 터무니없는 실수를 해서 아내에게 꾸지람을 듣기도 했지만, 아내는 나에게 있어 아주 훌륭한 족집게 과외 선생님이었다.


제작·의뢰된 부품이 완성되면 나와 아내는 완성품을 차에 싣고 직접 거래처에 납품했다.


거래처가 서울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방에도 여러 곳이 있었는데 경기도와 충청도까지는 나와 아내가 직접 움직였다. 다만 충청도 이남 지역은 다른 물류시스템을 이용했다.

20240924_132453.jpg 납품을 마친 뒤 충남 천안의 한 카페

어느 날이었다. 충청도에 있는 한 거래처에 납품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경기도 평택쯤을 지나갈 무렵 문득 기자 시절 먹었던 햄버거가 떠올랐다.


평택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의 보좌관과 나이가 같아 친구로 편하게 지냈었는데 어느 날 그 친구가 선물이라면서 평택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햄버거를 맛보게 해준 적이 있었다.


갑자기 '평택 미군기지 3대 햄버거' 중 하나라 했던 그 햄버거가 먹고 싶어졌다.


"자기야 햄버거 먹으러 갈래?"


"갑자기 무슨 햄버거래?"


"OO이 알지? 그 친구가 예전에 평택에서 아주 유명하다는 햄버거라면서 맛을 보여줬는데 그게 생각나서. 자기한테도 그 햄버거의 맛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요. 가봐요."


아내는 뜬금없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날 우리는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평택 미군기지 3대 햄버거'의 맛을 다 볼 수 있었다.


'평택 햄버거' 덕택이었을까? 그날 이후 아내와 나는 거래처 납품을 마치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기면 그 지역의 명소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경제활동과 휴식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일석이조'였다.


20230519_175929.jpg 업무를 마친 뒤 충남 아산 공세리 성당.

물품이 완성되고 납품 일정이 확정되면 되도록 아침 일찍 거래처로 출발했다. 아침 일찍 출발하면 점심시간 전에 거래처에 도착해 납품할 수 있었고, 이후엔 우리 둘만의 시간이었다.


거래처를 거점으로 주변에 우리가 갈 수 있는 곳이 너무나 많았다. 우리나라에 볼거리와 먹거리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도 이때 알게 됐다. 만약 내가 기자 생활만 계속했더라면 이런 사실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경험도 못 했을 것이다.


그렇게 아내와 거래처 주변의 수많은 곳을 다니게 되면서 나는 기록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우리가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를 기록에 남기는 일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31031_140140.jpg 업무를 마친 뒤 강원도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실행에 옮겼다. 블로그를 만들어 사진과 함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내가 장소와 날짜를 워낙 잘 정리를 해놓았기 때문에 사진을 보면 예전의 기억이 금방 떠올랐다.


나는 2012년 우리의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의 기록, 전국을 다니며 정말 맛있게 먹었던 식당까지 우리의 추억이 담긴 모든 것들을 정리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2012년 이후 우리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추억 바구니'의 크기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을 알게 됐다. 내가 쓴 글들을 함께 보고, 서로가 그때 당시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 또 다른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와 아내가 함께한 역사서 만들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글쓰기를 좋아한 소년이 그 꿈을 이뤄 기자가 됐고, 기자를 그만두고 나서도 여전히 글을 쓰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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