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당, 벚꽃 구름에 안기다.

by 방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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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당의 진면목을 보려면 실개천 건너편에 서야 합니다. 그곳에서 바라보면, 단단한 목재로 지어진 당(堂)은 벚꽃 구름에 포근히 감싸인 채 꽃그늘 속에 조용히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실개천을 따라 피어난 벚꽃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뜨려 지붕 너머까지 하얗게 덮어버리면, 이지당은 세상의 소음에서 한 발짝 물러난 비밀스러운 숲이 됩니다. 발치에 지천으로 깔린 노란 민들레는 그 하얀 안개 속에서 더욱 선명한 빛을 발하며 봄의 지도를 그려냅니다.


양날개처럼 솟아오른 누마루와 그 사이를 장쾌하게 잇는 용마루의 조화는, 흩날리는 꽃잎들 사이에서도 집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있습니다. 잠시 누마루에 걸터앉아 있으면 실개천의 물소리가 발밑으로 스며들고, 바람에 실려 온 벚꽃잎이 툇마루 구석에 가만히 내려앉습니다.


누마루에서 내다보는 개울의 윤슬과 눈앞을 스치는 꽃잎의 궤적. 화려하게 피어난 꽃들과 그 사이를 묵묵히 버티고 선 낡은 기둥 사이로 시간은 참 하염없이 잘도 지나갑니다.


굽어 도는 물길과 터질 듯 피어난 꽃들, 그리고 그 풍경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용마루의 곧은 선. 이지당의 봄은 그렇게 흐르는 것과 머무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평온함을 선물합니다.


낡은 나뭇결 사이로 스미는 알싸한 봄기운을 맡으며, 잠시 머물다 가는 이 봄의 조각을 마음 한구석에 가만히 안배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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