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수? 유리같이 투명한 수??
무리수? 무리로 모여있는 수??
용어 자체로 느껴지는 연상작용으로 인해, 유리수와 무리수를 처음 들었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우리는 분수로 나타낼 수 있으면 유리수, 분수로 나타낼 수 없으면 무리수라고 배웠다.
유리수 有理數 rational number
무리수 無理数 irrational number
그런데 있을 유 有 없을 무 無는 알겠는데 '리(理)'라는 한자의 의미를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유리', '무리'는 어떤 의미일까? '리(理)'가 영어 원래 뜻대로 '이성' 또는 '합리'를 의미한다면, 합리(이성)적인 수, 비합리(비이성)적인 수가 될터이다.
구글에서 여기저기 확인해보니 라틴어 <유클리트 원론>을 1607년 중국의 서광계가 <기하원본>으로 번역하면서 rational/irrational number를 유리수/무리수로 최초로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rational은 당시까지 '비율'이라는 의미가 없었고 '이성'이나 '합리'로만 번역되었으므로 '이성적인 수'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보면 되겠다.
즉, 정수로 이루어진 분수로 명확히 나타낼 수 있으니 '이치에 맞는' 또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라는 것이다. 반면에 분수로조차 나타낼 수 없는 수는 이치에 맞지도 않고, 비이성적이며 비합리적인 수로 본 것이다. 사실 무리수는 끝이 없으므로 당시 끝이 없는 수라는 것은 이성으로 상상하기 쉽지않다. 그래서 irrational, 비이성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본의 이치 마츠 노부가 쓴 √2 수학(모나드북스)에서 유리수, 무리수라는 용어는 rational을 잘못 번역한 것이며, raional을 '비율'의 의미로 보고 '유비수, 무비수'라고 칭함이 맞다고 이야기한다. 그럴싸해 보인다.
그러나 역사상 ratio가 현대적인 의미의 '비례'의 뜻으로 처음 사용된 시기는 1660년인데, rational number(유리수)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씌어진 <유클리드 원론>을 영어로 번역한 1551년에 등장하므로 서양에서의 rational 의미도 '비율'이 아닌 '이성' 이나 '합리'였다 볼 수 있다.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히파수스(Hippasus)는 어떤 숫자는 두 개의 다른 숫자의 비율로 표현할 수 없으므로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는데 이 발견은 "모든 것이 숫자로 이해될 수 있다"는 피타고라스의 믿음과 모순되었고, 그 결과 히파수스가 피타고라스 학파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즉, 고대 그리스인들은 표시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길이를 숫자로 생각하는 것을 금지했었고, 따라서 이러한 비합리적인 길이는 비논리적이며 '말할 수 없는' 의미에서 비합리적(irrational)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rational의 어원은 라틴어 ratio에서 왔는데 그 의미가 바로 reason이다. 즉 '이성', '합리'라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유리수, rational number의 원뜻이나 동양에서 번역할때의 의미는 "분수로 나타낼 수 있는 수=이성적/합리적인 수"로 보아서 번역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유리수, 무리수라는 용어는 직관적 이해가 어렵고 오히려 '비례', '비' 라는 단어는 익숙하므로 유비수(有比數), 무비수(有比數)로 사용하는게 더 직관적이고 이해도 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