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손자와 손자병법
중국 춘추전국시대 때 태어난 손자는 오나라 전략가로 초나라와 제나라 그리고 진나라 등 주변국들을 물리치며 명성을 쌓았고,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여러 권의 병서를 저술하였다. 당시 중국은 국가 간 약육강식의 규칙만이 적용되었던 혼란의 시대였으며, 수많은 전쟁들을 통해 국가의 흥망성쇠가 결정되고 있었다. 전쟁의 역사가 누적되는 과정에서 많은 병법서들이 나왔으나 전국시대 당시 대부분의 병법서들은 전쟁의 단편적인 현상들을 기술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손자병법은 전략, 심리전, 이동, 지형, 군사들의 사기, 보급 등 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을 분석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보편적인 원칙을 제시하여 당시 무사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손자가 제시하는 승리를 위한 전략은 전쟁뿐 아니라 비즈니스, 인간관계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적용되었기 때문에 손자병법은 26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장 영향력 있는 병법서일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손자병법’을 검색하면 수많은 책이 검색되며, 손자병법을 주제, 혹은 소재로 한 신간들도 지속적으로 발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미 손자병법의 내용을 담은 수많은 책이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해석을 바탕으로 한 책들이 끊임없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서 손자병법이 이 시대에 주는 지혜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 훌륭한 장수의 정의
고대 전쟁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훌륭한 장수를 보유했는가의 여부였다. 물론 현대전에서도 훌륭한 지휘자가 중요하겠으나, 군의 제도가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동, 보급, 통신 등이 열악했던 고대에는 장수의 역량이 더욱 중요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처럼 훌륭한 장수를 보유하는 것은 고대의 전쟁에서 승리를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었는데,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훌륭한 장수를 아래와 같이 서술하고 있다.
'옛날에 전쟁을 잘한다고 일컬어졌던 자들은 모두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다 갖추어 놓고 적과 싸워 쉽게 승리하였다. 따라서 전쟁을 잘하는 인물이 거둔 승리에는 그의 지략이 뛰어나다는 명성이나 용맹스러운 공적이 돋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겉으로 드러나서 어긋나기 전에 미리 조치를 취함으로써 확실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이며, 이는 곧 싸우기 전에 반드시 이길 조건을 갖추어 놓고, 이미 패배할 상황에 처해 있는 적을 상대로 싸워 이긴 것이다.'
우리가 영화나 소설에서 흔히 접하는 훌륭한 장수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죽음을 불사하고 적진으로 뛰어드는 용맹함을 가졌으며, 어떠한 열악한 상황에서도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투지와 무예를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손자가 생각한 훌륭한 장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장수의 모습과는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꼼꼼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차분하게 전략을 수립하여 안정적으로 전투를 이끌 수 있는 장수를 훌륭하게 평가하였다. 그렇다면 손자가 훌륭하게 평가한 장수들은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며 전쟁을 준비했을까? 아마도 지형을 연구하고, 상대의 전력을 분석하며, 보급을 점검하는 등 전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병사들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요소들을 제거하는데 많은 시간을 사용했을 것이다. 손자가 높게 평가한 장수의 이미지는 무사보다는 학자에 가까웠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손자가 제시한 훌륭한 장수의 요건은 전쟁터와 같은 주식시장에서 투자를 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큰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손자가 제시한 훌륭한 장수의 정의를 우리의 주식투자에 적용해 보도록 하자.
- 전쟁과 주식의 공통점, 그리고 훌륭한 투자자의 요건
현대의 주식시장은 각 참여주체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펼치며 성과를 얻기도 하고 손실을 보기도 하는 고대의 전쟁터와 같은 곳이다.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각자의 투자금을 활용해 투자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는 전쟁터의 장수에, 그리고 우리가 활용하는 투자금은 병사에 비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는 전쟁에서 승리할 만한 역량을 갖춘 훌륭한 장수인가? 잠깐 시간을 내어 자신이 전략 없이 용기만으로 전쟁에 임하는 무능한 장수인지, 혹은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고 전쟁에 임하는 유능한 장수인지를 생각해 보자. 아마도 주식시장에 있는 많은 투자자들이 전략 없이, 그리고 불리한 상황 속에서 본인을 위태롭게 하는 요소들을 통제하지 못하며 투자를 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주식투자에 입문하여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초보자라면 더더욱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초보자가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전쟁에 문외한 사람을 장수로 임명하여 출정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패배의 확률을 높일 뿐이다. 잠시 시간을 내어 본인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장수인지를 점검해 보고, 본인의 부족한 점을 인지하였다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신만의 투자전략이 수립되기 전까지 투자를 멈출 필요가 있다.
- 대가의 지혜를 통해 투자를 배운다
그렇다면 어떻게 훌륭한 투자자가 되고 본인에게 맞는 투자전략을 수립하여 투자활동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는 주식투자와 관련하여 다양하고 유용한 콘텐츠들이 유통되는 좋은 환경에 살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의 역사가 깊고 자본 시장이 발달한 미국과 유럽에서 훌륭한 통찰력과 기질을 바탕으로 경이적인 수익률을 거둔 대가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서적들은 투자자들이게 황금과도 같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모멘텀 투자(차트 및 거래량의 기술적인 분석, 해당 주식과 관련된 뉴스 등 심리 및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기반으로 진행하는 투자)가 아닌 가치 투자(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가치 대비 저렴한 주식을 매수하는 투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가치 투자 대가들의 명언들을 바탕으로 하여 초보자들이 명심해야 할 투자의 원칙들을 정리해 보았다. 앞으로 기술할 투자의 원칙들을 깊게 이해하여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투자 전략을 만들어 보기를 권한다.
기관 투자자의 경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객, 혹은 회사의 요구에 따라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고객이 투자를 요청하며 일정한 금액을 예탁하였을 경우 기관 투자자는 반드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만약 어느 펀드매니저가 “지금은 투자의 적기가 아니니 이 돈을 가져가시고 1년 뒤에 다시 오십시오”라고 한다면 그 기관 투자자는 직장에서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듯 기관 투자자의 경우 자신이 훌륭한 투자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더라도 때가 되면 무조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반면 개인 투자자에게는 이러한 제약이 없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자신에게 투자를 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투자를 멈출 수 있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 되었을 때 투자를 진행하면 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포모 증후군(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 자신만 수익을 얻을 기회를 잃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현상)을 포함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성급하게 투자를 시작한 개인 투자자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만약 성급한 투자로 많은 손실을 입었다면 잠시 주식시장을 떠나 본인의 실수들을 복기하고 대가들의 지혜와 함께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본인만의 투자 전략을 수립하기를 권한다.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승리하는 군대와 패배하는 군대를 아래와 같이 구분하였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승리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어 놓고 적과 싸우며,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걸어 놓고 승리를 추구한다'
근거 없는 용기만으로 성급하게 싸움을 걸고 승리를 추구하기 보다는 반드시 이길 조건을 갖추어 놓고 전쟁에 임하는 장수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이 승리의 요건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