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기술]을 읽고
이 책의 저자는 신경과학 박사이자 정신과 의사인 안-엘렌 끌레르,
그리고 인지행동치료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뱅상 트리부다.
신경과학과 심리치료의 만남으로 탄생한 이 책은
**고통을 만들어내는 감정과 생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그것을 조절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뇌 자가치료 매뉴얼’**을 제시한다.
처음에는 이 책이 나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비교적 긍정적인 성향의 사람이었고,
부정적인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에 세 장씩 천천히 읽으며 문장을 곱씹는 사이,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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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경계’와 ‘억제’ 속에서 산 시간들
책을 읽으며 나는 깨달았다.
나는 감정에 무감한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고 검열하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나는 이민자다.
25년 전 호주에 와서 살고 있다.
이곳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나와 달랐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거리낌 없이 말했고,
다른 이의 다름도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늘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차이는 ‘교육 수준’이 아니라,
감정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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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말을, 우리는 너무 자주 들었다.”
– 본문 12장 ‘심리도식의 힘’
나는 60년대 말에 태어나
1980년대의 대한민국을 살아냈다.
그 시절의 한국은 성장과 경쟁의 시대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생계를 책임지셨고
자녀 교육은 그들의 삶의 목표였다.
우리에게는 행복을 말할 시간이 없었다.
감정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사춘기의 자존감보다 대학입시가 더 중요했다.
고등학생이 10분만 지각해도 출석부로 머리를 맞던 시대.
그게 비정상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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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은 뇌를 바꾼다”
– 본문 8장 ‘감정 표현의 중요성’
억눌린 감정은 결국
내 안에서 충동성과 조바심으로 되살아났다.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쌓이고,
어느 순간 예기치 않게 솟구쳐 올랐다.
이 책이 제시한 치료법은 놀랍게도 단순했다.
***감정을 표현하라***
표현은 감정 조절에 기여하고,
결과적으로 뇌 기능을 개선한다는 것.
억제된 감정을 곱씹는 대신,
그 감정과 마주하고 드러내는 것이
건강한 자기 정체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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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전하고 싶다.
‘심리도식은 논리를 뚫을 수 없다’는 말에.
나는 호주에서 25년을 살며
내 안의 사고방식이 천천히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덜 무섭고,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이 덜 불안해졌다.
그건 단지 환경 덕분만은 아니다.
경험이 뇌를 바꾼다는 뇌가소성 덕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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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감정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글로, 말로, 몸짓으로.
그것이 나를 해방시켜 줄 수 있다는 걸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오래도록 마음에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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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정원과 같다.
긍정적인 학습은 가꾸고,
부정적인 학습은 잡초처럼 뽑아낼 수 있다.
뇌는 꾸준한 관심과 돌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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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에게
‘감정을 말하는 연습’이라는 씨앗 하나를 심어주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씨앗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가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