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곳
기숙학원에는 늘 만남과 헤어짐이 있다
입사동기 포함 동료들도 여럿 떠났고
또 다른 동료도 퇴사를 앞두고 있다
사랑스런 소녀 한 명도 슬픈 소식을 전했다
적응을 못해서도 몸이 아파서
떠나는 게 아니라서 더 아쉬웠다
귀여운 토끼같고 고양이 같이 이뻤던 아이가 떠났다.
밝은 미소가 햇살같던 아이
모의고사 성적이 좋아서
전체 300명 중 10등안에 들어서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렸고
늘 밝게 잘 지내던 아이.
그리고 나를 예뻐하고 좋아해주던 아이 ㅠㅠ
여학생들은 남자샘들에게 관심이 많은데
이 친구는 특이하게 여자샘을 좋아했다.
스카프 플러팅에 이어서
카멜색 코트 입은 나를 보고
코 찡긋 하고 웃는 아이는
코트 플러팅도 했다. ㅎㅎㅎ
“선생님, 오늘 코트 입으셨네요!
예뻐요~^^.”
ㅎㅎㅎ 얘 나한테 왜 이래 ㅎㅎㅎ
참고로 난 일할 때
지극히 수수하고 재미없는 복장에
화장도 매우 연하게 한다.
중년의 나이에 이런 귀여운 플러팅 장인을 만나다니 ㅋㅋㅋㅋ
“내가 이 나이에 00이한테 예쁨받네!!
고마워!” 했더니
더한 플러팅 멘트 날리는 아이
특유의 토끼눈을 반짝이며
활짝 웃는다
“선생님이 우리 학원에서 제일 예뻐요!”
하하하하!
너무 부끄러워서 빵 터져버렸다
실제로 풋풋하고 이쁜 샘들 많은데 ㅎㅎ
무슨 말을 해야 하나 ㅋㅋㅋㅋㅋ
“젊고 예쁜 선생님들 있잖아
내가 왜????
지적인 스탈 좋아하구나 ㅋㅋ“ 농담했더니
”아이~~ 전 도도한 스타일이 좋아요.”
ㅋㅋㅋㅋㅋ 너 때문에 그 날 많이 웃었다
내가 도도한가 ㅋㅋㅋㅋ
애들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어쨌든 기분 좋았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정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어떤 아이는 야간샘한테 직접적으로
”00샘은 어떤 분이세요? 친해요?”
하고 물어봤다고 한다.
고맙게도 그 질문을 받은 샘은
“00샘은 책을 좋아하시고
성숙한 분이야.” 라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이처럼 평소 밝고 건강했던 아이가
며칠 전부터 담임샘과 긴 상담을 하고
부모님과 긴 통화를 이어가고
오전 내내 양호실에 들어가서
깨워도 나오지 않았다
식사시간이 다 되어 다시 깨우러 들어갔더니
갑자기 하는 말.
“선생님, 저 퇴소해요.”
“왜? 나의 햇살이 떠난다고?
우리 학원에서 나 이뻐해주는 사람 00이 밖에 없었는데 ㅠㅠ.“
“개인사정 때문에요.”
”열심히 잘 지냈는데 아쉽다…”
말을 잇지 못하더니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여기서 만난 어른 중에 선생님이
제일 좋았어요.”
흘러나오는 눈물을 꾸욱 참았다.
지금도 생각하니 눈물이 차오른다.
난 잘해준 것도 없는데 ㅠㅠㅠ
좀 더 잘해줄 걸
손 한 번 잡아줄걸
한 번 안아주고 쓰다듬어줄걸
더 챙겨줄 걸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만 남는다
”그럼 다른 학원으로 가는 거야?“
”아니요. 혼자 해요.“
”그렇구나. 00이는 열심히 하니까
혼자 해도 잘할 거야.
이번에 성적도 많이 올랐잖아.“
”오 어떻게 아세요?
00이를 이기고 싶었는데 좀 아쉬워요.“
성실하고 승부욕도 강한 아이.
일과 마치고 줄넘기 이단뛰기 잘한다며
”선생님 보세요!“
하면서 자랑하던 아이.
같이 체육대회도 하고 싶었는데 진심으로 아쉽고 안타까웠다.
거짓말이면 좋겠다.
오후에는 내 자리에 찾아와서
“선생님은 좋아하는 동물 있으세요?” 묻길래
비키 사진과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귀여워요 ㅎㅎ 착하게 생겼어요.
선생님 닮았어요. ”
“어 ㅎㅎ 그런 말 많이 들어.”
“선생님,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안 돼요?
나가서 연락하고 싶어요.“
”나가면 다들 공부하거나 친구들 만나느라
잊어버리던데… “
”그래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는 아이.
나는 조용히 먼지 쌓인 명함통에서
명함을 꺼내주었다.
마지막 말은 기억나지 않는데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퇴근했다.
어딜 가든 그 아이는 잘할 거다
착하고 열정적인 아이
먼저 마음을 내주고 살갑게 표현하는 아이
나중에 들어보니 학원에서도
그 아이를 잡으려고 여러 방도를 고민해서
수강료 일부를 장학금 주는 것도 제안했는데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학원을 나가면 공부에 집중하느라 바쁘겠지만
가끔 소소한 추억으로 나를 떠올려주면 좋겠다
이제 수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 아이는 이제 기억 속에서 나를 지웠겠지.
혹여라도 명함에 있는 내 번호로 연락을 준다며
기꺼이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
그 아이가 좋아했던 카멜색 코트를 입고,
스카프를 매고 나갈 것이다.